목록잡설 (279)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구나. 그냥 쉬자. 답이 안 나온다.
매년 11월은 뭔가 아스라한 기억으로 남는 달이다. 뚜렷이 기억에 남진 않지만, 늘 이맘때면 가을에 젖어, 우수에 젖어 보내왔다. 이번 가을은 유독 심하다. 그래도 이젠 다시 일어서야 할 때인 것 같다. 이대로 쓰러져버리기엔 지금껏 노력해 온 시간이 아깝고, 또 아직 절망보단 희망의 빛이 더 보이니까. 단번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바뀌어야 겠다. 다시금 책 속으로, 다시금 겸손하게, 다시금 성실하게.
서울대출판부에서 번역한 '사회계약론'은 '일반의지(General Will)'이라는 핵심 개념을 '전체 의사'라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오역을 한 판본이라 별로 추천하고 싶지가 않네요. 이게 가장 큰 오역이고 나머지 자잘한 것들이 좀 있어요. 그래도 이것만 유의하면 일단 대체적인 이해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범우사에서 나온 '사회계약론'이 더 좋을 듯 하군요. Just For Your Information!
내 그대를 연모함은 항상 그대가 들어 앉아 있는 내 마음 속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처럼 소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나로 하여금 괴로움 속을 헤메이도록 할 때에 늘 함께 해오던 그 일상성으로 그대를 그려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미워하는 까닭은 내 나의 기다림을 끝없이 내려진 그 슬픔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날이 밝으며 내 마음엔 그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가라앉을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결연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별이 뜨고 별이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질 것을 믿는다
아, 경제학부 괜히 왔다.
또 한번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에휴, 내 인생은 왜 이리 시트콤일까.
16살의 가을 밤,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연모로 번민했다. 17살의 가을 밤,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연모로 번민했다. 18살의 가을 밤,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연모로 번민했다. 19살의 가을 밤,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연모로 번민했다. 20살의 가을 밤, 나는 특정 대상에 대한 연모로 번민한다. 무려 5년 동안이나 늘 누군가에 대한 연모로 괴로워하고, 아무런 성장도 이뤄내지 못했다. 16살, 그 해 이전에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외로움이고, 번민이었기에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벌써 5년 째, 하루하루 그저 삶을 '연명'해 나가고 있다. 한심한건가, 이 시대의 진정한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인건가.
내가 쓸데없이 쪼잔하고 예민한건지, 아니면 정말 나중에 남 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잘 살거나 정말 위대한 사람이 되기 위한 시련인건지 두고 봅시다.
소설을 쓸라고 해도 소설 쓰기엔 너무도 부족한 센스. 공부를 할라고 해도 공부 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지력. 취직을 할라고 해도 취직 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끈기. 여행을 하려고 해도 여행 하기엔 너무도 부족한 활력. 맙소사! 이래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잖아?!
나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