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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산 평전 - 이원규 지음/실천문학사 "나는 아나키스트야. 너는 그게 뭔지 설명할 수 있지?" ... "권력이나 권위는 인간 사회에 필요 없는 거다, 그런게 없어도 인간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지요. 다시 말하면 국가라는 이름을 걸고 자행하는 모든 전쟁, 모든 억압을 규탄하는 거지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이 자아를 확립해야 하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금욕과 자기 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통치자는 민중을 법과 규율로 구속하고 그 질서 안에 가둬야 한다고 확신하지요. 그것에 반대해 아나키스트는 국가가 없고 법률이나 규율이 없어도 인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고 여기지요." 어떻게 아나키스트의 이상을 현실화할 것인가. 몇 년이 지나..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 속에서 실행된 적극적인 방법은 학살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학살만으로 한 사회를 끝장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히틀러는 유대인을 박멸하기 위해 가스실까지 동원했지만 지금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없던 나라까지 만들어 죄없는 팔레스타인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지 않은가? 제노사이드는 유대인의 숫자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바로 그 사회 성원들의 결속력을 파괴하는 것, 즉 모든 사람을 오로지 나만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그 사회는 설사 지금 제 아무리 휘황하..
2009년 오늘 한국에서 이명박 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범주는 꽤 넓다. '자본주의 이후'를 소망하는 좌파에서부터 '상식의 회복'을 말하는 자유주의자들까지,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 자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얼굴만 봐도 진저리를 친다. 그들에게 '이명박'이라는 이미지는 악(惡)이라기보다는 추(醜)에 가까운 듯하다. 그런데 이명박 씨에게 진저리를 치는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는 다른 사람들일까?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거창한 이야기 말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해보자.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고 0교시, 우열반, 보충학습 따위를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이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고 들고일어났던 걸 기억할 것이다. 그..
촛불은 아름다웠다. 어른들이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뇌까리며 느물거릴 때 촛불을 들기 시작한 여중생들도,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이 이룬 거대한 대열도, 그들이 보인 유쾌한 직접 민주주의의 풍경도. 제정신을 가진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고 행동했는데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 수 있을까? 딱히 달라진 건 없더라도 사회진보의 열기가 살아나는 계기라도 되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다들 맥이 빠져버린 모습이니 대체 어찌된 일일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만 다들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촛불 시위 피켓엔 “이명박 너나 미친 소 쳐먹어” ''내 인생 좀 펼쳐보려고 하니 광우병 걸렸네“ 등 내가 죽..
주희의 해석을 따르자면 공자의 『논어』 제4편 이인(里人)편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을 다루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4편 1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이후 26까지의 문장들은 그 곳에 사는 한 현명한 노인(공자)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들처럼 보인다. 텍스트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시 현대 한국인들이 보통 유가에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인 ‘도덕주의Moralism’로부터 크게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공자는 일관성 있게 인(仁)과 도(道)를 강조하고 있다. 8에서 등장하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문장은 필자 같은 일반 독자가 유가철학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로써 기대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모든 텍..
『국가』 제3권에서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는 2권에서 다루던 시가의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특히, 이들은 국가를 지키는 ‘수호자들’ - “장차 신들을 숭배하고 어버이를 공경하며 서로간의 우정을 하찮게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사람들” (386a) - 에 대한 시가 교육을 주로 다루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이들에게 교육되는 시가가 “그들 - 필자 주: 시인들 - 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진실도 아니거니와, 장차 전사들로 될 사람들을 위해 유익하지도 않기 때문”에 “저승의 일들을 이처럼 무조건적으로 험하게 말하지 말고 오히려 찬양하도록 요구해야만 될 것”이라 말한다. (386b) 뿐만 아니라, 그가 생각하기에 수호자는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가장 자족할 수 있어서, 남들과는 판이하게 ..
플라톤의 『국가』 제2권의 논의는 글라우콘이 트라시마코스의 논지를 승계하면서 시작된다. “선생님께서는 올바르지 못한 것보다는 올바른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낫다는 것을 저희한테 설득하신 듯이 ‘보이기’(생각되기: dokein)를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진정으로 설득하시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357b) 라며 도전적으로 나오는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 ‘좋은 것(agathon)’이 “결과를 바라서가 아니라 오직 그 자체 때문에 반기며 갖고자 하는 그런 것” · “그 자체 때문에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생기는 결과들 때문에도 좋아하는 그런 것” · “수고롭기는 하지만,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것들이라고 말하거니와, 우리가 이것들을 수용하려 하는 것도 그것들 자체 때문이 아니라, 보수라든가 그 밖에 그것들..
플라톤의 『국가』 제1권의 본격적인 논의는 케팔로스가 불행의 탓을 ‘노령’으로 돌리는 일부 노인들의 사례를 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케팔로스 자신은 그 원인을 ‘생활 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런 생활 방식을 가능케 하는 것이 ‘재산’임을 지적한다. 그러자 케팔로스는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가난하고서는 노령을 썩 수월하게 견디어 내지 못하겠지만, 훌륭하지 못한 사람이 부유하다고 해서 결코 쉬 자족하게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훌륭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330a) 이 논의는 소크라테스의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시도로 이어진다. 그는 올바름을 “정직함과 남한테서 받은(맡은)것은 갚는 것”이라고 할 것인 지를 묻는다. (331c) 이 때, 유명한 ‘미친 친구’의 비유가 ..
안녕하세요. 글로 처음 인사드리게 됐네요. 조홍진이라고 합니다. 이번 짧은 글의 초점은 왜 제가 플라톤의 저작 『국가』를 읽고자 이 세미나에 참가하였는지에 맞추어 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김휘수 씨의 지도편달 아래 지난 겨울 이래로 열린학술네트워크에서 ‘서양 고대 철학사’ 세미나에 참가해왔습니다. 그런 세미나가 다행히도 반년 가량 지속되어온 본 세미나는 좌초 위기도 많았지만, 여태껏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드디어 플라톤, 그것도 『국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세미나에서 플라톤의 저작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 『메논』 ․ 『크리톤』 ․ 『파이돈』 등 여러 편을 시범 경험 삼아 읽었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런 유의미한 세미나가 지속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
한미 FTA 비준이 예상되고 있고, 국내 1위 기업 삼성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된 오늘날 세계화는 어느덧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어휘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1997년 겨울에 밀어닥친 IMF 외환위기는 한국이 더 이상 결코 세계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나라가 아님을 전국민 모두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이런 세계화가 과연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서 ‘단일한 합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논자마다 제각기 정의가 다르고, 입장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들 오늘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세계화의 기저에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만큼, 실제로,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세계화의 알파요, 오메가다. 이 흐름은 대체로 20세기 초에 등장해 약 반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