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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음 제15호의 독자투고를 부탁받았을 때엔 적잖이 어리둥절했다. 어리둥절함은 이제 글을 쓰려고 하니 난처함으로 바뀌었다. 한 편의 글을 쓰기에는 제15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워낙 방대해 필자의 부족한 능력으로 이를 모두 아우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만히 헤아려보니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한 필자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온 까닭은 필자 같은 새로운 입장에서 는 어떠한 잡지인가를 묻기 위함인 듯 하다. 해서 필자의 최근 관심사인 ‘20대’ 혹은 ‘학생’이 느끼는 로의 진입장벽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는 “정기구독 안내”에 따르면 “시민사회의 속 깊은 고민과 진지한 대화”를 담은 반년간지이다. 이 잡지의 지난 상반기의 고민은 제15호 목차에 따르면 크게 보아 권두의 글과 시, 진보..
40여년 전, 서유럽에서는 '서른살 이상은 믿지 마라'를 비롯한 여러 가지 구호를 내걸고 대학생들이 사회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일이 있었습니다. 네, 바로 '68혁명'입니다. '혁명'이라는 거창하고 비장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나도 턱없이 질러대기만 했던 그/녀들의 움직임은 이후 서유럽의 문화를 바꿨다고 일컬어집니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던 도 이제 새로운 화두로서의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는 듯합니다. 그 말이 먹히기에는 당사자들이 너무 책을 안 읽던가, 너무 겁에 질려있던가, 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겠죠. 그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넘었다고 합니다. 20대가 놀 곳이 너무 없습니다. 카페, 술집, 야구장, 엠티, 해외여행. 이외에 20..
요즘 당사자 운동, 그 중에서도 내가 소속된 '20대/청년'의 운동에 관심이 있다. 마침 새사연에서 관련되어 나온 글을 보아 퍼왔다. 글이 길어 접는다. 1. 우리 사회운동의 두 사각지대, 자영업과 청년 10여 년 동안 지속된 신자유주의 고용 유연화 정책으로 ‘고용 불안’은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가 되었다. 우리사회의 심각한 불안 요소인 사회 양극화도 기본적으로는 고용 불안과 고용조건 격차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사회운동에서 ‘비정규직’ 이슈가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도 맥락을 함께 한다. 이처럼 고용 불안은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한 근본 원인일 뿐 아니라 노동자 내부의 문제를 포함해서 여성, 청년, 노인, 자영업에 이르기까지 문자 그대로 ‘국민적 의제’가 된 지 오래..
여자에게 - 장영희 외 지음/한겨레출판 p. 16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사람은 단지 인(人)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존재 의미가 있다. p. 39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괜히 긴장하지 않겠다. 무작정 무서워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겠다. 지나친 독서는 미리 겁을 주는 역할도 한다. 다 자라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읽은 무수한 소설들은 사랑을 무서운 일로, 파괴적인 일로 묘사했다. 고전 ..
2009년이 어떤 해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방송 시간이 모두 끝나버린 시간에 켜져 있는 텔레비전 채널처럼 명멸하는 점과 지지직∼ 하는 소리만 날 뿐, 아무것도 안 보여서 차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을 살아낸 우리들이 2009년을 어찌 밝게 전망할 수 있을까. 물가와 몸무게를 포함해 싹 다 올라가기만 하는데, 그 중 안 올라가는 건 내 월급뿐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처럼 아직 1월인데도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또 올 한 해를 어찌 견디나 싶어 덜컥 겁이 먼저 든다. 다만 살아서 견디는 것만이 지상 과제가 된 88만원 세대에게는 올 한 해가 또 어떤 해가 될까. 어떤 해가 되든, 더 늦기 전에 오늘의 88만원 세대들은 한번 꿈이라는 것을 꿔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부분균형’이라는 분석 틀을 만든 앨프리드 마셜이 “경제학은 사회과학의 여왕이다”라고 했단다. 이후에 마셜의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정말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찾지 못했다. 요즘 다시 부활하는 케인스의 적 중에 한 명이, 바로 이 마셜이었다. 어쨌든 이 한 문장은 스무 살 청춘이었던 나의 가슴을 뛰게 했고, 내가 태어난 이유를 비로소 찾은 것 같았다.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개뿔, 경제학!”이라는 말이 나왔다. 외환위기 시절 한국의 경제학은 모든 것을 은폐하려고만 했고, 과학은 숫자로 가득한 예쁜 도표에서만 존재했다. 이제 마흔이다. 다시 이 문장을 접하고는 “미네르바가 사회과학의 여왕이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점심이나 저녁식사, 그리고 차를 마실 때 미네르바보다 더 끔찍하고 참혹하게 미래를 ..
정말이지 요즘 어른들이 “요즘 애들이 문제야 …” 운운하는 소리를 듣노라면 지겨워서 으아악! 하고 발작이라도 일으킬 것 같다. 애들이 나약하다,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 순수하게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남녀관계에서도 조건만 따진다. … 그들이 늘어놓는 ‘요즘 애들이 돼먹지 못한 이유’는 같이 주워섬기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이왕 건방진 인간으로 찍혔고 앞으로도 찍힐 김에 불어 버리자면 사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심은, “요즘 (남의) 애들이 문제야 …”라는 것이다. 그렇게 열렬히 말하는 어른들일수록 자기 자식은 나약하고 곱디곱게 키우고, 힘든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아도 되도록 온갖 안배를 하고, 순수한 사랑이니 뭐니 철딱서니 없는 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무엇 하나 손해 보지도 말고 길러 준 부모님 마음에..
p. 36. 그녀 덕분에 나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지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계몽주의시대 파리의 살롱이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 적절한 지능과 타인에 대한 배려, 유머감각을 겸비한 누군가만 있다면 삭막한 채팅방도 파리의 살롱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p. 54. "기회는 신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p. 78. "내가 오빠를 잘못 생각했었나봐. 오빠는 아무래도 안 되겠어. 뭐랄까, 뼛속 깊이 게으름이 배어 있다고나 할까. 오빠는 이러니저러니 멋진 ..
안녕. 내 20대의 전반 5년아. 이제 보름 남았구나. 본격적으로 네가 시작하기까지. 오는 25일이면, 넌 시작되겠지. 내게서 떠나간 채로, 무려 5년 동안이나. 조금은 아쉽고 슬프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20대가, 그것도 20대 초반이 (아마도) 우울과 분노로 채워질 것 같으니까. 오늘 그 5년을 이끌 사람과 그의 여남들이 티비에 나왔어.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더라. 근데 왜 일까, 같은 경제학도임에도 동질감은 느껴지지 않고 싫더라. 어떻게 교육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외교안보수석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솔직히 아직 풋내기지만 조금 경험해본 교육학, 국제정치학은 경제학과 분명 다른 세계관, 패러다임에 기반해 있던데 모든 걸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니. 그것도 획일적으로 모두 '미국' 출신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