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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 p. 216 "얼마 전에는 여기 신문에서 몇몇 교사들이 30년대에 전국의 여러 학교에 보낸 설문지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설문지 문항은 학교 교육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발견한 설문지는 답안이 채워져서 전국 각지에서 돌아온 것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 것은 수업 중 떠들기나 복도에서 뛰어다니기 같은 문제였다. 껌을 씹거나 숙제를 베끼는 일도. 뭐 그런 따위였다. 교사들은 답이 비어 있는 설문지를 찾아서 그것을 무수하게 복사해 똑같은 학교에 다시 보냈다. 40년 후에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답지들이 도착했다. 강간, 방화, 살인. 마약. 자살. 나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김산 평전 - 이원규 지음/실천문학사 "나는 아나키스트야. 너는 그게 뭔지 설명할 수 있지?" ... "권력이나 권위는 인간 사회에 필요 없는 거다, 그런게 없어도 인간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지요. 다시 말하면 국가라는 이름을 걸고 자행하는 모든 전쟁, 모든 억압을 규탄하는 거지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개인이 자아를 확립해야 하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금욕과 자기 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지요. 통치자는 민중을 법과 규율로 구속하고 그 질서 안에 가둬야 한다고 확신하지요. 그것에 반대해 아나키스트는 국가가 없고 법률이나 규율이 없어도 인간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된다고 여기지요." 어떻게 아나키스트의 이상을 현실화할 것인가. 몇 년이 지나..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이보다 열 살은 족히 들어 보이는 늙수그레한 외모, 보는 사람의 생기마저 앗아가 버릴 듯한 음울함, 히키코모리를 떠오르게 하는 무뚝뚝함, 그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듯한 그, 이시가와. 이미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터이고, 또 영화 자체가 초반에 용의자 X의 정체를 공개하니 여기서도 까놓고 시작해보자. 그렇다. 예상대로, 이시가미가 용의자 X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떠올린다면 그대는 인문학의 영향을 '좀' 받은 이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시가와는 '인간'인가? 앞서 외양과 느낌을 묘사한 데서 느껴지듯이 그란 인간은 사실 일반적 '인간'의 상과 상당히 다르다. 아니, 오히려 가장 멀리 ..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알아서 좋지 못하기에 밝혀지지 않는 것도 있다. 오늘은 그 교훈을 몸소 체감하는 날. 이거 써 놓고 보니까 수구의 논리잖아. 오늘 부로 하나의 화두가 추가되었다. 개인주의와 포스트모던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 같은 생각을 논증하며 보수주의의 덫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흠, 인간은 어째서 육식을 할 권리가 있는가, 라는 내 인생 최대의 화두 만큼이나 어렵겠구만.
여자에게 - 장영희 외 지음/한겨레출판 p. 16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사람은 단지 인(人)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존재 의미가 있다. p. 39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괜히 긴장하지 않겠다. 무작정 무서워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겠다. 지나친 독서는 미리 겁을 주는 역할도 한다. 다 자라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읽은 무수한 소설들은 사랑을 무서운 일로, 파괴적인 일로 묘사했다. 고전 ..
냉소주의는 비겁함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정체성을 고정시키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집단 속에서는 개인을 지켜야 한다며 버티는 한편, 파편화된 인간들 사이에서는 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결국 개인주의자도 아니고, 공동체/집단주의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탓에 냉소라는 '제3의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스로 인간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항상 헷갈리곤 한다. 어쩔 때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다가도, 어느 새 팩 토라져 인간들을 저주하고 욕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양 극단에서 진동하며 살아가는 바, 늘 그 종착역은 적당한 '거리두기'가 되기 일쑤다. 이런 개인의 성격..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은 좋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는 우리 각자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면서, 우리들을 서로 결합시켜주는 정신적 에너지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국가의 지배 밑에서, 그리고 동시에 인간차별을 정당화하는 온갖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지배 밑에서 갈갈이 찢어진 채, 만인이 만인에 대하여 늑대가 된 세상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삶의 원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 김규항의 에 대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의 추천사 中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이야기, 과연 그 중 어떤 것이 우리 인간을 구원할 것인가.
디아스포라 기행 -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돌베개 서경식은 '인간성humanity'을 거듭해서 고민하게 하는 작가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프리모 레비의 저작들이 그러하듯,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했던 폭력의 현장들을 고발하는 그의 글들은 읽는 이를 숙연케 만든다. 역시 그러한 책이다. 그 스스로 디아스포라인 서경식은 디아스포라의 흔적들을 되짚어 가며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묻는다. 그 결과, 책을 다 읽고든 느낌은 말 그대로 '역겨움'이었다. 비록 내가 저지른 일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인간'이라는 종이 저지른 일에 대해 내 스스로 지금껏 몰라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모르며 - 지금 이 순간 이스라엘이 정부 차원에서 자행하고 있는 가자지구 공격 역시 인간이 ..
살다 보면 흔히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하나는 택하고, 하나는 버린다. 이건 좋고, 저건 싫다.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상당히 자주 기분이 급변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마치 조울증처럼, 하늘을 찌를 정도로 좋던 기분이 세상에서 더 이상 처절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는다던가, 미칠듯이 좋던 사람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싫어진다거나. 로또를 사려다가 깜빡 하고 못 산채로 있었는데 멍하니 보던 티비에서 추첨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도, 컴퓨터를 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헤벌레 웃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 아니며 도 인것만은 아니다. 동시에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기도 한다. 날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상대에게 온갖 저주를 쏟아붓다가도, 그 사람 이름으로 문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