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설 (279)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년 전 이 맘 때, 눈 속에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눈이 쌓인 설국에서 살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동쪽으로 250km 가량 떨어진 Kelowna - 클로나라고 발음했었는데, 구글에서는 킬로나라고 나온다. - 라는 도시에 3주 가량 단기 어학연수를 갔기 때문이었다. 열세살의 나이에 해 본 첫 외국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1월 말에는 '한국'과 '중학교'라는 지옥으로 돌아오기 싫어 엄마에게 전화로 거기에 눌러 살겠다고 징징댔고, 돌아와서는 마치 영혼이 없듯이 살았다. 그만큼 백색의 전원 도시는 매력적이었다. 소도시에 살겠다는 꿈은 어쩌면 그때부터 생겨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1년 전 오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딱 이 시간쯤이면 아마 영화 '울학교 이티'를 보고 있었..
대학에 와서 통섭 이야기를 들은지도 벌써 5년째다. 그 쪽 공부를 해본게 아니라 단언은 못하지만, 최재천을 필두로 한 한국 학계 내의 통섭론자들에 대한 비판이 많다. 참고할만한 흥미로운 비판을 읽게 되어 소개한다. 라캉주의를 통한 한국 사회 읽기에 매진하고 있는 이택광의 글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라캉주의는 참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물론 라캉 읽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지만.. 그 자체로 통섭론은 아니지만 다윈주의 혹은 사회생물학의 흐름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글이 있다. 문병준의 글이다. 분과학문이 고착화된 현대의 학계 관행을 비판하는 흐름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비판이 대안의 모색으로 이어지는 경향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인문사회과학도를 자처하는 필자로서 스스로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이..
엄마가 이제 1주일 뒤면 50이 된다. 요즘 연애를 하는데 엄마가 별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도리어 내가 신경이 쓰인다. 어제 애인이랑 내년도 다이어리를 같이 샀는데, 그래서인가 오늘 한겨레를 읽는데 레드 다이어리라는 것을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다이어리란다. 솔직히 가격대가 조금 부담되기는 하는데, 좋은 데 쓰이는 거고, 엄마에게 사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어 고민중이다. 사실 엄마가 평소에 내 또래 여성들처럼 다이어리를 쓰는 건 아니고, 기껏해야 아빠 회사에서 해마다 나오는 다이어리를 달력을 겸한 메모장 정도로 쓰는 게 전부라 괜한 짓을 하는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50이라는 나이의 상징성도 있고, 내가 커서 그런가 엄마가 부쩍 늙어가는게 느껴지고, 애인에게 하는 만큼..
지난 16일에 마지막 경제학부 시험이 끝난 뒤 컴퓨터를 잘 하지 않았다. 한 3~4일에 한번 정도씩?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블로그 포스팅도 뜸해졌다. 혹자는 연애사업에 골몰하기 때문이 아니냐는데,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요즘 모든 일을 뒤로 미뤄놓고 놀다 보니. 다시 슬슬 돌아가야겠다 싶어서 포스팅을 이렇게. 그냥 요즘 군대와 대학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이라 머리가 복잡하다. 겨울 기념으로 방 정리도 하고, 시작한 계절학기 공부도 조금 하고, 잠도 좀 자다보면 컴퓨터와 또 멀어질지도 모르겠다. 조금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보름 쯤 전에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맑스의 을 보다 문득 네개의 문장이 생각났다. 내용이 평소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인지, 때문인지, 그것이 분석하고 있는 자본주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은근히 라임이 맞는 것 같다. 한번 소리내 발음해보시고 평가해주시라. Life is somewhat nothing. Everything goes crazy. Fucking world is now collapsing. This is all the story. 아, 이 때 중요한 것이 영어로 랩하듯이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 이 네 문장의 함의를 맞추는 분께는 센스를 인정해 드리겠다.
관악산 단풍이 절정이다. 추운 데여서 단풍도 좀 늦게 든 것 같다. 오늘 사회대에서 바라본 단풍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실 초가을에 참여연대 옥상에서 보는 하늘과 저녁놀이 또 환상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너무 멋부리다가 길어져서 다 마무리하지 못했고, 그래서 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은 짧게 치고 말 생각이다. 그냥, 시간 있는 사람, 단풍이 보고 싶다면 관악산을 찾아보란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공부하기 힘든 고시생이나 재학생은 그냥 학교 안에서 보면 되니 더 좋겠다. 관악산을 보고 있자니 오늘 받은 시험 성적이 참 별거 아니다, 싶다.
스카우팅을 하다보니 캠핑이 좋아졌다. 2년 전 이맘 때, 어느 성당의 초등학생들을 데리고 가는 캠핑을 도와주러 갔었는데, 참 좋았다. 물론 엄청 추웠지만, 옷을 워낙 많이 챙겨간 탓에 (20키로 배낭을 가득 채워가 사람들이 다들 히말라야 원정가냐고 놀릴 정도였다;;)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몸이 아프니 (플루는 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 어제부터 이상하게 목 주변이 뻐근하고, 오늘은 하루종일 잠만 온다.) 아무 것도 하기가 귀찮고, 내일 학교를 갈까 말까 고민중이라 컴퓨터로 1박2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데, 아, 캠핑이 가고 싶다. 그런데 아마 이번 계절에는 힘들 것 같다. 플루가 낫는 다 하더라도 최소 몇 주는 몸조리에 신경써야 할 것 같은 기분? 아아, 그래도 텐트치고, 밖에서 음식 해먹고 (..
플루에 걸렸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아파서 밤에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확진 검사 받을 필요도 없이 플루 맞는 것 같다면서 타미플루를 주더군요. 그래서 약을 받아 집 앞 모텔에 와 있습니다. 동생이 다음 주에 수능을 치는 재수생이라 혹시 집에 있다가 옮기기라도 할까봐 이거 지금까지 걸려본 감기 중에서 가장 독하긴 한 것 같네요. 뭐 그래도 약 먹고 하룻밤 보내니 좀 많이 나아진 것 같네요. 블로그의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생각하던 터에 이런 글로 그 일을 시작하게 됐네요. 모쪼록 건강 유의하세요. 정말 아프긴 해요.
(블로고스피어에서 적극적으로 논쟁에 개입하는 것을 포함한 의미의) 블로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하지만 논쟁만 벌어졌다 하면 난무하는 인신공격과 난해한 논리전개, 증오와 저주, 상대에 대한 무시, 이상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드립'을 보며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그래서 더이상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나만의 문제인지, 많은 이들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나만의 문제라면 그런 자극에 둔감해지면 하고 싶었던 블로깅이 가능할테고, 많은 이들의 문제라면 공론화시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공론화가 지금까지 여러차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은 것이지만.) 왜 '아름다운 세계'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