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신자유주의 (17)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음 제15호의 독자투고를 부탁받았을 때엔 적잖이 어리둥절했다. 어리둥절함은 이제 글을 쓰려고 하니 난처함으로 바뀌었다. 한 편의 글을 쓰기에는 제15호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워낙 방대해 필자의 부족한 능력으로 이를 모두 아우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만히 헤아려보니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한 필자에게 원고 청탁이 들어온 까닭은 필자 같은 새로운 입장에서 는 어떠한 잡지인가를 묻기 위함인 듯 하다. 해서 필자의 최근 관심사인 ‘20대’ 혹은 ‘학생’이 느끼는 로의 진입장벽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는 “정기구독 안내”에 따르면 “시민사회의 속 깊은 고민과 진지한 대화”를 담은 반년간지이다. 이 잡지의 지난 상반기의 고민은 제15호 목차에 따르면 크게 보아 권두의 글과 시, 진보..
언니 이렇게 말하면 기분나쁠까봐 미안한데, 나 언니 볼 때마다 그냥 베타걸의 슬픔을 느꼈어요. 베타걸이 뭐냐구요? 알파걸 아니면 베타걸이지 뭐겠어. 예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여자들. 돈을 잘 버나, 하는 일이 무지하게 보람이 있길 하나, 주변에서 이쁨을 받기를 하나 그냥 그저 그런 여자들. 사실 언니가 왜 막돼먹어. 그런 베타걸들을 막돼먹게 만드는 게 세상 아니에요? 막돼먹지 않으면 도무지 살아남을 수가 없는데 어떡해. ▲ '막 돼먹은 영애씨' 시즌5의 영애씨 설명 누가 그러더라구요. 20대에 보수인 놈들은 금숟가락 물고 태어난 놈들이고, 50대에 진보적인 사람들은 그냥 사회부적응자라고. 씁쓸한 농담이었지만 금 숟가락 안 물고 태어난 여자들, 예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은 여자들이 살아남는 마지막 길..
이명박 씨의 끝없이 이어지는 가공할 행태 속에서 '상식의 회복'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명박 씨의 행태가 제정신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몰상식으로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 몰상식에 대응하는 모든 태도 역시 하나의 보편적인 상식이라 할 수 있을까? 그 몰상식이 종식되는 일은, 다시 말해서 이명박 씨가 물러나는 일은 과연 그가 물러나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상식의 회복일까? 정신적 고통이나 미감이 문제인 사람들, 얼마간의 문화자본을 가지고 주류사회에 걸쳐 생활하기에 이제나 저제나 먹고사는 데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명박 씨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도무지 쪽팔리고 짜증이 나서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건 상식의 회복이 분명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누구..
최근 비우량 담보 시장에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혼란에 빠지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 때문이라고,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선언하면서 큰 정부의 도래를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진단과 해법은 금융위기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서 나온 것이다. 그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서는 상환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이다. 이 담보 대출의 부실화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늘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야기한 원인이다. 그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로 1995년 지역재투자법(CRA)을 대폭 개정해 은행들로 ..
2009년 오늘 한국에서 이명박 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범주는 꽤 넓다. '자본주의 이후'를 소망하는 좌파에서부터 '상식의 회복'을 말하는 자유주의자들까지,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 자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얼굴만 봐도 진저리를 친다. 그들에게 '이명박'이라는 이미지는 악(惡)이라기보다는 추(醜)에 가까운 듯하다. 그런데 이명박 씨에게 진저리를 치는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는 다른 사람들일까?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거창한 이야기 말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해보자.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고 0교시, 우열반, 보충학습 따위를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이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고 들고일어났던 걸 기억할 것이다. 그..
‘한국 지성의 죽음’이란 이 글의 제목은 주말 잠결에 부고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무심코 받았다가 눈을 부비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기껏 ‘나의 죽음’뿐이다. 물론 내가 한국 지성의 대표는커녕 지성 축에 끼인다고도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 지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그런 이유로 내가 지성이라는 가정 하에 쓰는 지극히 서글픈 개인적 유서 같은 것에 불과하다. 나 자신을 지성이라고 말하기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음은 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관련되는데, 지성을 ‘권력과 자본을 위시한 모든 권위와 압력으로부터 독립한 자유로운 아웃사이더 아마추어 자유인-교양인-全人의 심성과 실천’이라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성을 이와 다르게 정의하는 예도 많지만 이 글에..
이 기회를 빌려, 딱딱하고 인기 없는 교육개혁 시리즈를 실어준 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진심이다. 앞의 두 얘기는 사교육 문제와 대학 서열화를 다루는 국민투표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미쳤지. 1987년 개정된 9차 헌법은 국민투표를 신설했지만, 이 권한을 대통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했다. 이명박 시대! 교육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상상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참, 이 기회에 독자 여러분에게 닉 데이비스라는 사람의 라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영국이 학교끼리 ‘쎄게’ 경쟁 붙였다가, 어떻게 망했는지 소상히 나와 있다. 정말이지,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얼마 전에 러시아 발레단이 한국에 온 적이 있고, 그래서 그 중간에 생겨난 얘기를 좀 얻어들을 기회가 생겼다. 충격이었다. 한국 학생들..
미국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은 최근 한국에서도 번역된 『글로벌 불균형 -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이라는 근간에서 글로벌 불균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이라도 한 듯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강조한 바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 경제학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의 경제학은 ‘산업정책’으로 대표되는 관치경제학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외부로부터 유입된 신자유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물론, 97년 이전에도 한국의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수학한..
--- 김현진 씨를 아시나요?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말 그대로 '쎈 언니'죠. ㅋㅋ 서울대학교 사회대여성주의연대(사연)에서 김현진 씨를 모시고 기획 강연을 한다네요. 제가 사연 소속은 아니구요, 그냥 평소에 관심이 있어서요. 마침 또 김현진 씨가 오신다니 가볼까 해요. 그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검색해보시길. ㅋㅋ 아, 저 남자인 거 아시죠? 포스터에는 저렇게 쓰여 있지만, '남자애'도 가도 된답니다. 예를 들어, 는 독자가 여성으로 설정되어있긴 하지만, 남성인 제게도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관심 있으신 분은 제게 연락해 주세요. 이런 데 혼자 가기는 좀 뻘해도, 아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으면 갈 만하니까요. 덧. 포스터에 날짜가 잘못 나왔어요. 13일이 아닌 12일입니다! 날짜는 수요일이고요. ㅋ
촛불은 아름다웠다. 어른들이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뇌까리며 느물거릴 때 촛불을 들기 시작한 여중생들도,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이 이룬 거대한 대열도, 그들이 보인 유쾌한 직접 민주주의의 풍경도. 제정신을 가진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고 행동했는데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 수 있을까? 딱히 달라진 건 없더라도 사회진보의 열기가 살아나는 계기라도 되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다들 맥이 빠져버린 모습이니 대체 어찌된 일일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만 다들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촛불 시위 피켓엔 “이명박 너나 미친 소 쳐먹어” ''내 인생 좀 펼쳐보려고 하니 광우병 걸렸네“ 등 내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