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꿈 (14)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어제도 공포를 느껴오던 것에 대한 꿈을 꿨다. 바로 3년 전에 활동했던 야구부의 경험이다. '다수', '관습', '남자'의 이름으로 '소수'에 대한 폭력의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이들에게 나는 공포심을 느낀다. 이젠 좀 세상사에 닳아서 예전보다야 낫겠다만, 굳이 돌아가고 싶진 않다. 덧. 이 글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길게 적지 못하겠다. 음, 아직 나도 의식적으로 무서워하는 게 있구나.
우리는 제각기 서로 다른 공포를 갖고 살아간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부터 거친 마초성을 드러내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람까지, 공포의 대상은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공포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꿈이다. 사람마다 꿈을 꾸는 빈도와 구체성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상당 경우 꿈은 공포라는 무의식의 반영이다. 방금 전까지 꾼 꿈의 내용을 복기해보자. 벨기에의 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독일의 한 지역을 찾아갔다. 군국주의화된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기념식을 하고 있는 백사장에 찾아갔는데, 이런, 군인들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지키고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비치되어 있는 병력은 그야말로 대..
제발 좀 꿈에 나와서 날 괴롭게 하는 사람은 좀 안 나오게 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 이건 통제도 힘들고 뭐. 그래도 그 사람이 내게 직접 의도적으로 해를 가한게 아니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서도. 이거 참.
어릴 적, 사립 탐정이 되고 싶었다. 추리 소설의 영향일까, 머리를 써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멋져보였드랬다. 셜록 홈즈가 싫어졌다. 그는 무언가 오만하고 정의로운 체 하지만 차가웠다. 차라리 까칠하지만 따뜻한 아르센 뤼팽이 좋았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뤼팽에게 끌렸다.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촌스러운 파란색 제복을 입고 교통 정리나 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기에는 어렸다. '경찰청 사람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락부락해서 범죄자들한테 욕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중의 지팡이, 라는 표현이 참 좋은 건줄 알았다. 민중의 뜻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것은 대학 들어와서 이지만, 그저 지팡이 역할을 한다기에 호감이었다.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애틋한 마..
2009년이 어떤 해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방송 시간이 모두 끝나버린 시간에 켜져 있는 텔레비전 채널처럼 명멸하는 점과 지지직∼ 하는 소리만 날 뿐, 아무것도 안 보여서 차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을 살아낸 우리들이 2009년을 어찌 밝게 전망할 수 있을까. 물가와 몸무게를 포함해 싹 다 올라가기만 하는데, 그 중 안 올라가는 건 내 월급뿐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처럼 아직 1월인데도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 또 올 한 해를 어찌 견디나 싶어 덜컥 겁이 먼저 든다. 다만 살아서 견디는 것만이 지상 과제가 된 88만원 세대에게는 올 한 해가 또 어떤 해가 될까. 어떤 해가 되든, 더 늦기 전에 오늘의 88만원 세대들은 한번 꿈이라는 것을 꿔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참을성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길러질까. 이젠 좀 길러졌나 싶었는데, 또 아니네. 괜히 혼자 조바심내고, 기다리고, 원망하고, 아쉬워하고, 걱정하게 되고. 아직도 '개인성'이라는 것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하나 신나게 쓰다가 접었다. 내 글의 의도는 아니지만, 그것을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보다 글밥먹고 사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지금은 꿈꾸기만 하는 건데 이 정도라니. 어제 문득 깨달았다. 나는 허세 덩어리. 그렇다고 장근석처럼 간지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뭐, 이 허세라는 녀석은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미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어찌 '너 싫어'라고 할 수 있겠..
이 시간에 일어난 것은 참 오랜만이다. 심지어 '출근'이란 행위를 하던 시절에도 이 시간에 일어났던 적은 없다. 사실 오늘 이렇게 일어난 것은 어떤 기분 좋은 문자를 받은 탓이었지만, 그 일어나던 순간은 글로 써놔야 겠다 싶을만큼 기분이 나빴다. 악몽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청부 살인을 하는 꿈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아침부터 듣기엔 구역질나기에 적진 않겠다. 다만 내가 기분 나빴던 것은 내 스스로가 이미 '살인'이라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길 정도로 '타락'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 같았다면, 어림도 없을 일이었다. 사실 그 순간에 아무런 내적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믿을진 모르겠지만, 그 지령을 전해 받은 순간, 심지어 꿈 속임에도 불구하고, 난 내적 갈등을 겪었고, 그것..
몇 주전, 아주 행복한 꿈을 하나 꿨다. 어느 대형마트에서 아는 형을 만났는데, 그 형이 어느 여성을 소개시켜준 것이다. 키도 크고, 연예인처럼 아주 예쁘고, 수수하고, 머리도 길고(!), 눈웃음이 정말 작살인, 그런 사람이었다. 처음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살갑게 굴고. (무려 내 팔을 붙잡고 머리까지 기댔다!) 아마 태어나서 그렇게 황홀하고 행복했던 꿈은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깨고 나니 허탈감은 더욱 심했다. 현실과 너무나도 유리되어 있으니까.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쳇. 그러다 그저께 또 꿈을 하나 꿨다. 야영을 갔다가 만나게 된 어느 여성 - 이 분은 갈색으로 염색한 긴머리에 역시 눈웃음이 아주 예뻤다. - 이었는데, 순식간에 관계가 전개되어 무려 '자기'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
최근에 꿈을 정말 많이 꾼다. 그제 밤에도 역시 꿈을 꿨다. 내용이 워낙 섬뜩하였었기에 블로그에 써야지, 라고 다짐했었고, 그게 지금 자려다가 막 생각이 났다. 이번에도 역시 노예였다. 잼버리에 간다고 들떠서일까, 시간은 잼버리를 막 갔다온 참이였다. 무대는 조정래 씨의 소설 아리랑에나 나올법한 산간 개척지대. 그 곳에서 일본인 주인들에게 노예로 팔려가 일단의 한국인 무리들과 산간을 개척하는 꿈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 옆에는 주인에게 알랑거려 일신의 안녕을 추구하는 캐릭터도 있었고, 그를 욕하며 나와 뭉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다가 꿈 마지막 부분에서 누가 날 팔아넘겼는지 알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평소의 주변인물 - 이자 부하인 그 - 이었다. 차기 꼼반 과장을 노리는 그 사람, 너의 제거 전략은 이..
1. 시작하며 작가 조해선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미술론 입문』의 레포트를 쓰기 위해 접근성이 용이하면서도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미술 전시회를 찾아 헤맸다 겨우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0일까지 세종갤러리 초대전으로 열렸던 그의 전시회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가 본 세종갤러리는 실망스러웠다. 갤러리의 크기 자체도 지금껏 가왔던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8평 내외에 불과했고, 전시된 작품도 10여 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규모의 협소함은 오히려 전시장에서 별도의 큐레이터 없이 실제로 작가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작가와 단둘이 전시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