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행복 (20)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Talitha Koum : "첫번째 쪽글 - 좌파로 살고싶다" "2번째 쪽글"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이 아닌가 싶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나와 같은 생각을 보게 되어 깜짝 놀랬다. 그가 부디 평생 "좌파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면서도 행복하"길 바란다. 아, 물론 나도. 지금까지 한동안 휴머니스트를 자처해왔던 스스로가 안티-휴머니스트임을 깨달았다. 극히 편협하고 꼬여 있으며, 편향되어 있다. 이제 비-합리주의를 접해야 할 단계인가?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이보다 열 살은 족히 들어 보이는 늙수그레한 외모, 보는 사람의 생기마저 앗아가 버릴 듯한 음울함, 히키코모리를 떠오르게 하는 무뚝뚝함, 그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듯한 그, 이시가와. 이미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터이고, 또 영화 자체가 초반에 용의자 X의 정체를 공개하니 여기서도 까놓고 시작해보자. 그렇다. 예상대로, 이시가미가 용의자 X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떠올린다면 그대는 인문학의 영향을 '좀' 받은 이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시가와는 '인간'인가? 앞서 외양과 느낌을 묘사한 데서 느껴지듯이 그란 인간은 사실 일반적 '인간'의 상과 상당히 다르다. 아니, 오히려 가장 멀리 ..
대안학교를 ‘또 하나의 특목고’라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중산층 인텔리들이 제 아이를 공교육의 불합리한 현실을 우회하여 대학에 집어넣는 학교라는 것이다. 대안학교가 한두 개가 아니니 그리 말할 구석이 있는 곳도 없진 않겠지만, 분명한 건 어느 대안학교도 애당초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다는 것이다. 다 부모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교육 불가사리’라고나 할까? 한국 부모들은 교육 문제에 관한 어떤 특별하고 의미 있는 가치도 모조리 녹여선 경쟁력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찍어낸다. 그들은 어쩌다 그런 가공할 힘을 가지게 되었는가?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복지 없는 사회의 체험, 마냥 뜯어먹고 동원만 할뿐 정작 내가 위기에 처하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사회에서 살아온 덕일 것이다. 실직자..
이 시간까지 이 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있기란 놀던 날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숙제 때문이다. 사실 MUST DO 수준의 숙제는 아니다. 이번 주에 할당된 양의 영문을 읽고 요약해서 조교에게 메일로 제출하는 것. 이번 주에는 양이 좀 많긴 했다. 130 페이지 정도?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거의 주말내내 속으로 초조해하며 한 것 같다. 결국 요약을 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사실 중간에 정말 피곤하면 그만두고 자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시간까지 숙제 등을 하느라 자지 않은 적은 물론 있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탓에 흔치는 않지만. 웬만하면 버텨보려 했다. 이 곳에 오면서 한 다짐 ..
어떤 이가 그러더란다. "김규항 씨의 교육관은 존중해요. 하지만 아빠 때문에 아이가 희생되어선 안 되잖아요?" 올해 중3이 되는 내 딸이 학원 같은 데 하나도 안 다니는 걸 두고 한 이야기였다. '희생이라...'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땐 씩 웃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내내 걸렸다. 그가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지난 해 여름 내내 촛불집회에 개근한 사람이며, 이명박이라면 아주 이를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걸 아이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아이가 학원을 안 다니면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고 경쟁에서 뒤쳐지면 결국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명박 이름만 나와도 이를 가는,..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새는 알을 깨고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중학교 때 이후로 이 구절에 빠져 살아왔다. 항상 알을 깨고자 노력했다. 한 때는 아브락사스의 의미를 깨달았노라고 자부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혀 모르겠다. 솔직히 알을 깨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이 곳에 스스로 공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즉, 내 글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기를 잃은 것일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버거워한 탓일 수도 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이다. 믿어왔던 것, 지향해왔던 것, 행동해왔던 것, 이 모든 ..
69 -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작가정신 p. 141 정말 화가 치민다. 놈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이상은 '안정'이다. 즉, '진학' '취직' '결혼'이다. 놈들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행복의 전제조건이다. 구역질나는 전제조건이지만, 그것이 의외로 효과를 발휘한다. 아직 아무것도 되지 않은 진흙 상태와도 같은 고교생들에게 그것은 큰 힘을 발휘한다. p. 269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소수의 예외적인 선생을 제외하고,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가버렸다. 그들은 인간을 가축으로 개조하는 일을 질리지도 않게 열심히 수행하는 '지겨움'의 상징이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옛날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
언제나 그렇듯이 다이나믹하게 지내고 있네요. 행복한가, 음,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이렇게 다이나믹하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하겠지요?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추운 겨울, 행복합시다. : ) 덧. 밤이 되니 조금 정신이 드는 듯도..
살다 보면 흔히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하나는 택하고, 하나는 버린다. 이건 좋고, 저건 싫다.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상당히 자주 기분이 급변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마치 조울증처럼, 하늘을 찌를 정도로 좋던 기분이 세상에서 더 이상 처절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는다던가, 미칠듯이 좋던 사람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싫어진다거나. 로또를 사려다가 깜빡 하고 못 산채로 있었는데 멍하니 보던 티비에서 추첨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도, 컴퓨터를 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헤벌레 웃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 아니며 도 인것만은 아니다. 동시에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기도 한다. 날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상대에게 온갖 저주를 쏟아붓다가도, 그 사람 이름으로 문자가..
안녕. 내 20대의 전반 5년아. 이제 보름 남았구나. 본격적으로 네가 시작하기까지. 오는 25일이면, 넌 시작되겠지. 내게서 떠나간 채로, 무려 5년 동안이나. 조금은 아쉽고 슬프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20대가, 그것도 20대 초반이 (아마도) 우울과 분노로 채워질 것 같으니까. 오늘 그 5년을 이끌 사람과 그의 여남들이 티비에 나왔어.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더라. 근데 왜 일까, 같은 경제학도임에도 동질감은 느껴지지 않고 싫더라. 어떻게 교육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외교안보수석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솔직히 아직 풋내기지만 조금 경험해본 교육학, 국제정치학은 경제학과 분명 다른 세계관, 패러다임에 기반해 있던데 모든 걸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니. 그것도 획일적으로 모두 '미국' 출신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