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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께였다. 점심 시간에 학관 앞에서 어떤 벨리 댄스 동아리가 공연을 하던 것은. 점심 시간이어서 그런지 구경하는 사람은 많았다. 넉넉잡아 이삼백명 정도. 그 때, 문득 눈 앞에 또 다른 경광이 겹쳐졌다.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지나 보는 이는 1/10에 불과한 집회의 모습이. 우울해졌다. 공연자의 마음, 관객의 마음이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연자들은 순수히 벨리 댄스 자체가 좋아서 하는 거일 수 있다. 허나 이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의식하고 있든, 의식하지 않고 있든 벨리 댄스라는 외래 무용이 한국에서는 '섹시'라는 이름의 코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공연자들 스스로도 그 코드에 어느 정도 기대고 있고, 혹은 그 코드에 어느 정도 세뇌되..
오랫만의 포스팅이다. 그간 바쁜 '척' 하느라고 포스팅 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은 한 친구의 요청을 이유 삼아 내가 왜 세계정복이란 꿈을 포기했나에 대해 쓰려고 한다. 세계정복이란 꿈을 가지게 된 건 대략 중학교 때였다. 사실 내 원래 꿈은 탐정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추리 소설도 많이 보고, 추리 만화도 많이 보고, 나름 공부도 하고, 연습도 했었다.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던 중, 어느 날 알고 말았다. 한국 사회에서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실제로,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탐정의 개념이 희박하고, 탐정 사무소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불륜 현장을 쫓아다니며 협박용 사진이나 찍는 흥신소나 심부름 대행 업체 정도에 불과하다. 이후에는 특별한 꿈이 없었다. 기껏해야 기자나 교수 ..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 앞 슈퍼에서 밀러 한병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웬걸, 고등학생 아니냐면서 민증을 보여달라는 것 아닌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서 버티고 버티다 결국 열 손가락에 검은 잉크 묻혀가며 민증을 만든 뒤에 모처럼 관련된 얘깃거리가 생겼다. 근데, 내가 진짜 어려보이나? 아님 옷 입고 다니는 모양새가 그런건가?
네이버에서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검색했는데 옆에 추천 본문보기 책 이라며 '뭉그니의 배낭여행 따라하기'가 뜬다. 뭐지 -_-...
싫은 소리는 적당히 해야 한다. 하고 후회할 말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 후회할 만한 말은 하지 말자.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지원했다. 휴우. 하마터면 살짝 까먹고, 미룬 것 때문에 1년간 기다려야 되거나 기회를 공으로 놓칠 뻔 했다. 에휴, 지원서 제출하고 나서야 살펴봤는데, 역시 군인은 군인인 것 같다. 고생할 거 같다. 군대 가기 싫은데. 아, 일단 붙었으면 좋겠다.
필자는 대학생이다. 그래서 필자가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이란 사람들은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아니다. 그들은 '교수'가 아니다. 교수'님'이다. 대학교 내에서 순도 95%의 구성원들은 교수라는 집단을 '님'이라는 존칭을 꼭(!) 붙여 부른다. 그래서인지, 그들 역시 그 호칭에 익숙해져 있다. '님'이라는 호칭은 아마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붙이는 호칭일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존칭을 붙인다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한다면, 상대는 기분이 좋아져 나도 존중해 줄 것이고, 점차 사회는 아름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범람하고 있는 이 존칭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스승을 ..
캠퍼스가 온통 Recruit란 단어로 도배되어 있다. 신학기인 탓이다. 눈에 거슬린다. 무언가 'Recruit = 기업 = 자본'이라는 도식이 뇌리 깊이 박혀서 일까. 굳이 저런 말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동아리 포스터들에 온통 큰 글씨로 Recruit란 말이 가득한 것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 동아리들이 뭐랄까,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방향을 위한 것들이 인기를 끈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졸업 후 안정적으로 간지나게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만 연관된 것들이 잘 나가는 것 같다. '노동 = 자아 실현'이라는 도식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별로 보기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주체'가 되려고 하기 보다는 자본이 주도권을 쥔 사회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고, '객체'가 못 되어 안달이 난 것..
수학을 다시 하게되었다. 역시 그 잘난 경제학부 전공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접하게 된 수학은 역시나 어렵다. 혼자서는 당연히 무리고, 심지어 네이버에서 찾아봐도, 수학과 친구가 MSN에서 도와줘도 힘들다. 스스로가 정말로 대학 와서 가장 한심해보이는 순간! 이렇게나 멍청하고,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 최악이다. 시간은 한참 들이고도 몇개나마 제대로 처리 못하는 걸 보니 에휴. 으아, 이래서 어떻게 한 학기 버텨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