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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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교수'님'이란 호칭에 관한 단상

zeno 2007. 9. 16. 20:36
  필자는 대학생이다. 그래서 필자가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이란 사람들은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아니다. 그들은 '교수'가 아니다. 교수'님'이다. 대학교 내에서 순도 95%의 구성원들은 교수라는 집단을 '님'이라는 존칭을 꼭(!) 붙여 부른다. 그래서인지, 그들 역시 그 호칭에 익숙해져 있다.
  '님'이라는 호칭은 아마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붙이는 호칭일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존칭을 붙인다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될 게 없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내가 먼저 상대를 존중한다면, 상대는 기분이 좋아져 나도 존중해 줄 것이고, 점차 사회는 아름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범람하고 있는 이 존칭은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스승을 감히 무슨 무슨 '씨'라던가 무슨 무슨 '교수'라는 호칭으로 부를 생각을 감히 못한다. 어찌 위대한 교수님께 존칭을 결여한단 말인가! 그런데 웬걸, 조금 뒤 장소가 바뀌면 으레 누구 누구 라고 모든 호칭을 결여한 막 부르기가 시작되면서 그 높던 교수님의 지위는 친구보다도 못한 단계로 굴러 떨어져 버린다. 어이쿠!
  그럴 바에야 애초에 마음에 없는 존칭은 생략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존칭을 붙일거라면 마음 속으로 한번 생각해본뒤에 붙이자. 진정 존경한다면 붙이고, 아니라면 생략하자. 물론 앞에서는 붙일 수도 있다. 허나 다른 사람 앞에서 어떤 교수를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존칭한다면 이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말에 대해 주체성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한국 사회에는 이런 수동적 존칭이 많이 남아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으레 연령주의로 인한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존칭을 남발한다. 이는 오히려 욕설과 함께한 비하로도 이어져 듣는 사람을 민망하게 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동등한 개인으로 상대를 바로 인식하고, 이에 적당한 호칭을 붙이면 되지 않을까. 정말 존경한다면 당당히 교수'님'이라고, 아니라면 그냥 무슨 무슨 '씨'나 그저 '교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