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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간 밤을 새워가며 야구를 봤다. 모처럼 행복했는데, 몽롱한 와중에 더 즐거운 소식이! 모처럼의 낭보다. 일제고사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제동은 걸린 셈이다.
1920년대 중반에 Ku Klux Klan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 미국사 수업을 듣다 알게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워싱턴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의 행진이 있었다. 알다시피, 지난 달 그곳에서는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었다. 부활한 쿠 클럭스 클랜에서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백인, 개신교, 토종 우월주의'가 모토로 제창되었었다. 여기서 토종은 물론 인디언이 아닌 이주민의 후예들. 그 당시 이들의 힘은 공화당의 가톨릭 후보를 견제하며 민주당의 개신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들로써 가공할만 했다고 한다. 공포를 느꼈다. 허연 보자기를 뒤집어 쓴 개떼같은 인간들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사열하여 행진하..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내일이면 온지 6주. 그 사이 학교에서는 09학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반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터 사진을 보니, 에휴, 모르는 얼굴들이 절반을 넘어가는 것을 보니, 나도 고학번이구나. '새맞이'라는 이름을 오래간만에 떠올려보니 뭔가 애잔하다. 1학년 때, 재미 없었다. 2학년 때, 힘들고 짜증났다. 3학년 때, 황당했다. 그리고 4학년. 뭐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었구나. 그래도 06년 겨울의 시간들이 아주 무의미했다고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바라는 새맞이, 그리고 새터와 일반적인 흐름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어차피 이젠 지나간 일이고, 아마 다시 겪을 일은 없을 것 같다. 1학년 새터에서 가장..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스무살 언저리에 국밥에 맛을 들인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먹고 싶은 것도 국밥들. 라면은 이제 끓여먹을 수도 있게 되어서 아쉽지 않지만, 이 것으로 국밥에 대한 허기가 다 채워지지는 않는다. 특히 순대국! 어언 한 달 째 녹두의 '아우내 순대국'을 그리고 있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몸으로서 한국에서 먹어본 순대국 중 가장 맛있는 순대국으로 손 꼽는 것 중 하나라. 감자탕은 약간 생각 나고. 그런데 오늘 캐염장질 당했다. 홍대에 돼지국밥집 이 생겼단다. 댓글에 달린 링크를 따라가보니, 흙. 서울에서는 돼지국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부산 음식인 탓에 흔치 않고, 순대국은 많아도 돼지국밥은 많지 않다. 집 근처 선릉에 정말 맛있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벌써 망한지 2년 가량이 ..
이 시간까지 이 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있기란 놀던 날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숙제 때문이다. 사실 MUST DO 수준의 숙제는 아니다. 이번 주에 할당된 양의 영문을 읽고 요약해서 조교에게 메일로 제출하는 것. 이번 주에는 양이 좀 많긴 했다. 130 페이지 정도?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거의 주말내내 속으로 초조해하며 한 것 같다. 결국 요약을 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사실 중간에 정말 피곤하면 그만두고 자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시간까지 숙제 등을 하느라 자지 않은 적은 물론 있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탓에 흔치는 않지만. 웬만하면 버텨보려 했다. 이 곳에 오면서 한 다짐 ..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아껴 읽고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가져왔는데, 네 달 가량 지내면서 한국어로 된 책이 보고 싶을 때마다 펴보고 있어요. 평소에 읽던 식으로, 심심할 때마다 읽다보면 금세 다 읽어버릴 것 같아서 하루에 네댓페이지씩 아껴 읽고 있어요. 미국까지 와서 영문 책도 안 보고 청승이지만, 어쩌겠나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걸. 지난 주에 도서관에 갔어요. 아직 '유사 학생증'이나마 나오지 않아 도서관 본관에는 출입이 안 되어서 'East Asia Library'란 곳에 갔어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 말 그대로 동아시아와 관련된 책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죠. 지난 목요일에 처음 들어갔는데, 신간 코너에 지승호가 인터뷰..
'한국인은 당파성이 강하다.'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민족성' 어쩌구 하면서 자주 논란이 되던 말 중 하나다. 식민사관이라는 비판부터 '한민족'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주장까지 다양한 주석이 달려있기도 하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가장 주된 배경은 역시 '한국인'이라고 지칭되는 일련의 인간 집단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모이는 걸 매우 몹시 엄청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임은 단순히 뚜렷한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지점 하나의 교차로 인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강력한 집단적 이해관계 혹은 친소관계를 공유하는 보다 세분화된 집단으로 변화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 같은 일반적인 현상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기숙사다. 단순히 하나의 건물 안..
PM 01:00 (한국시간 2009년 1월 10일) 집을 나섰다. 동생의 렌즈를 점검받고 점심을 먹으며 ‘공항 가는 길’이 늦어졌다. 02:10 가량 출발했다. 예상보다 청담동과 압구정동에서 차가 많이 막혔다. 03:40 경에 공항에 도착했다. 빵빵하게 채운 이민가방이 결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말썽을 부렸다. 바퀴가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 것이다. 서둘러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지난 밤, 인터넷을 통해 미리 체크인을 해둔 턱에 다행히 보딩패스 발급은 빨리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가방! 애초에 가방을 개당 23kg씩 2개를 가져갈 수 있는 현실적 제약 내에서 짐을 좀 줄이고자 큰 이민가방 하나에 짐을 다 챙겨보고자 했는데 이것이 달아보니 32kg이었던 것. 사실 지난 밤 짐을 사던..
나의 장기 2008년이 끝났다. '장기'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long period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대표적인 사례로는 1789년부터 1914년까지를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봄이 '장기 19세기'라고 일컬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내게 2008년은 단순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아니라, 2009년 1월 10일을 경계로 종료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이후로 사용하는 시간대가 다르고, 공간적 맥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생활 공간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딱히 '새로운 각오' 같은 것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나라는 인간의 삶의 궤적이 이어지되, 조금 다르게 이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 같은 연속적 인식은 사실 ..
2009년 첫 해가 떠오른지 5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이런 제목을 단 글 쓰기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다 사정이 있었다. 사실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2008년 12월 31일과 2009년 1월 1일은 고국 이탈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로 인한 초조함에 시달리는 연속된 나날들에 불과한데, 갑자기 '오늘부터 새해야. 난 바뀌겠어. 이젠 스물둘이라구!' 라는 식의 닭살스러운, 혹은 가식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 라는 평소의 신념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새해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단 요 근래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혼자 놀기.' 감히 혼자 놀기를 마스터한다던가, 이 시대 마지막 솔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