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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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90215 밤샘

zeno 2009. 2. 16. 21:35

  이 시간까지 이 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있기란 놀던 날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숙제 때문이다. 사실 MUST DO 수준의 숙제는 아니다. 이번 주에 할당된 양의 영문을 읽고 요약해서 조교에게 메일로 제출하는 것. 이번 주에는 양이 좀 많긴 했다. 130 페이지 정도?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거의 주말내내 속으로 초조해하며 한 것 같다. 결국 요약을 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사실 중간에 정말 피곤하면 그만두고 자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시간까지 숙제 등을 하느라 자지 않은 적은 물론 있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탓에 흔치는 않지만. 웬만하면 버텨보려 했다. 이 곳에 오면서 한 다짐 중에 하나와 연관되었기 때문이다. 이 일의 중요성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자기와의 싸움'에 돌입하게 된다는 것. 요즘 읽는 책과 환경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이래저래 앞날을 고민하고 있는데 - 늘 해오던 거지만 - 최소한의 '독기'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버텨보려고 했다. 한 순간에 될리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마냥 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 '균형'은 결코 찾을 수 없겠지만 - 적당한 선에서라도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잘 했다, 고 말해주고 싶다.

덧. 김수환 추기경이 죽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역사의 또 하나의 막이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