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설 (279)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녕? 난 엽서라고 해. 왜 이름이 그렇냐고? 어쩌겠어. 난 그냥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서 똑같이 생긴 친구들과 함께 팔리던 수많은 엽서들의 하나인 걸. 내가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한번 내 여행기를 들어보라는 거야. 어때, 한번 들어볼래? 작년 어느 여름날이었어. 한 6월 26일 쯤 됐나? 친구들과 함께 바깥 세상을 보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였는데, 어떤 남자가 날 집어들고 밖으로 나온거야. 그 날부터 나의 여행은 시작됐지. 그 남자는 유럽 배낭여행을 하던 한국인이었어. 나는 그를 따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등 여러 나라들을 거치다 결국 그의 모국이라는 한국에 들어왔지. 그러고 한 1년 쯤? 그 남자의 방에 다른 엽서 친구들과 함께 고이 모셔져 있었어. 간혹 그 남자는 나를 ..
오랫만에 대형 마트에 갔다. 사실 오랫만이라 해봤자 3주 가량 만에 간 것이기에 그닥 오래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늘 가던 11시 이후가 아닌 한창 붐빌 '9시 뉴스 시간대'여서인지 사람들이 몹시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20대 커플들이었다. 편안하게 조금은 해진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남자는 불룩한 배를 가리지 않고, 여자는 화장을 아니한 쌩얼에 민소매와 보기 민망할 정도로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고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은 그런 커플들 말이다. 사실 예전부터 이마트에서 그런 커플들을 볼 때면 속으로 적잖이 부러워 했던 터였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이 하나 더 보였다. '골라담..
이제 곧 떠난다. 생각해보니 4년 반여 동안 기다려 왔던 건데 막상 갈 때가 되니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게 두려워서 이러고 있다니 나도 참 한심하군. 방학의 상당 부분을 보내는 만큼 조금은 욕심을 내어 많이 얻어와야지. 지난 밤 영화를 본 게 꽤나 동기 부여를 하는 듯하다. 나는 천상 돌아다닐 운명인가 보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짐을 쌌는데 꽤나 그럴듯하다. 딱 필요한 것만 쌌는데 10kg을 조금 넘긴다. 1인당 제한이 본디 20kg인데 단체 짐을 고려하여 15kg 이하로 꾸리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10kg 남짓이니 뭐 셔츠 하나 더 챙겨도 무난하겠군. 생각해보니 외국도 꽤 많이 다녀봤다. 복 받았군. 지난 번 배낭여행과 꽤 다르다. 여행이 아닌 야영이니 유레일패스도 필요 없고, 여행자수..
갓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스포일러'를 써 놓고 가려던 계획이 시간의 부족함으로 인하야 취소되었고, 간단한 단상만 정리하고 가려고 한다. 1. 팩션 ; 이 영화는 실화에 근거한 팩션이다. 2. 상업주의 : 상업주의 영화다움을 잃지 않았다. 영화 곳곳에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는 장치가 여럿 보인다. 3. 학생불순세력 : 영화 초반에 전남대 등지에서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지칭하여 언론과 군부에서는 '학생불순세력'이라고 부른다. 4. 빨갱이 :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배후에 빨갱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5. 폭도 :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시민, 학생 등 계급에 관계없이 모두 '폭도'로 분류된다. 6. 대한민국 : 공수부대 계엄군과 시민군, 양자가 모두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을 시종일관 잃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요즘 뉴스는 말 그대로 '종합선물세트'다. 대선에, 비정규직에, 테러까지. 하나만 나와도 꽤나 중요할 만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다보니 보는 이로서는 정신이 없을 정도. 다만 그러다보니 문제가 되는 게 정작 중요한 문제가 다른 것에 의해 묻히고,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안 됨으로 인해 여론이 이상한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는 이랜드 사태가 한국인 피랍에 묻혔고, 이랜드 사태의 본질인 비정규직 개악안과 납치 사태의 본질인 파병 문제가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 떠났다가 보름 쯤 뒤에 돌아오면 과연 세상이 어떻게 천개지벽되어 있을지 심히 궁금하다. 아무래도 가서도 한국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겠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
장정일이 다시 쓴 삼국지를 읽었다. 매우 오랫만에 읽은 삼국지였지만, 처음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로 새롭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중반 이후에는 좀 지겨웠다. 하지만 장편을 읽을 때 나오는 특유의 고집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10권을 다 채워 읽었다. 결론은, 세상에는 절대 선인도, 절대 악인도 없다는 것.
에프엠에서는 자주와 통일을 외치며 교문을 나서면 스타벅스와 커피빈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너희, 나는 그래서 너희를 경멸해.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 의식을 배반하는 존재.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데 난 왜 지피가 안 될까 ㅠ_ㅠ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인터넷 쇼핑을 했다. 야영 가며 당연히 가져갈 카메라이기에 지금껏 차일피일 미뤄오던 메모리카드 리더기와 필터 구매! 다음은.. 지금껏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옷 구매. 가장 싼 것들부터 검색해서 사이즈 맞고 대충 이쁜 걸로 골랐다. 어제부터 속속들이 도착한 상품들.. 그 중 백미는 옷! 끌러보니.. 이런! 역시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은 좀 많이 이쁘더라. 꼼꼼히 안 따지고 사서인지.. 바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티셔츠는 목이 왜 이리 넓은건지.. 목 굵은 사람 위주로 설계된건가 -_-.. 밖에 입고 다니기 초큼 민망할지도.. 오늘의 교훈. 인터넷으로 옷을 사는 건 자제합시다.
http://blog.naver.com/grandchyren/38928892 대문에 '세상을 보는 색다른 시각'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뻑을 달아놓은 어떤 횽아(눈화일지도 ㄷㄷㄷ)의 블로그에 지인의 소개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익후. 색다르다, 색달라.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기와는 다른 시각이군. 하지만 이거 어쩌죠? 온갖 신문과 방송에서 때리는 이야기 그대로인걸요? 그런걸 '시사 이야기'란 카테고리 안에 떡 넣어놓고 몇 줄 씨부린 당신, 퍽이나 색다르십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무언가 '시사'에 눈이 뜨였다고 생각할 그 사람 주변 블로거들을 생각하면 그저 엘리트주의가 옳은 것 같지 말입니다. 덧1. 마린블루스 작가에게 실망. 덧2. 저 블로그에 댓글로 싸움을 걸까 하다가 다음 주에 한국 떠서 싸움을 이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