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상 (284)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스무살 언저리에 국밥에 맛을 들인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먹고 싶은 것도 국밥들. 라면은 이제 끓여먹을 수도 있게 되어서 아쉽지 않지만, 이 것으로 국밥에 대한 허기가 다 채워지지는 않는다. 특히 순대국! 어언 한 달 째 녹두의 '아우내 순대국'을 그리고 있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몸으로서 한국에서 먹어본 순대국 중 가장 맛있는 순대국으로 손 꼽는 것 중 하나라. 감자탕은 약간 생각 나고. 그런데 오늘 캐염장질 당했다. 홍대에 돼지국밥집 이 생겼단다. 댓글에 달린 링크를 따라가보니, 흙. 서울에서는 돼지국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부산 음식인 탓에 흔치 않고, 순대국은 많아도 돼지국밥은 많지 않다. 집 근처 선릉에 정말 맛있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벌써 망한지 2년 가량이 ..
최근 연애에 관해 감명 깊은 구절을 봤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잘 받지, 못 받아보던 사람은 줘도 못 받아서 허우적대고,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고. 맞는 말 같다. 그래서 어렸을 때 연애를 해봐야 하나보다. 경험이 좀 있더라면 잘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어설픔만 반복하다가 실패로 끝났던 것 같다. 줄 줄만 알지, 받을 줄 모른다는 것도 큰 병인 것 같다. 그 주는 것마저 순수하지 못해서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고. 상처 줄 것이 겁나고, 상처 받을 것이 겁난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서로를 위해서다. 파국을 두려워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지만, 파국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려는 연인들은 말리고 싶다. 성급한 욕망에 몸을 맡기다가는 정말 파국만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시간까지 이 곳에서 잠을 자지 않고 있기란 놀던 날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숙제 때문이다. 사실 MUST DO 수준의 숙제는 아니다. 이번 주에 할당된 양의 영문을 읽고 요약해서 조교에게 메일로 제출하는 것. 이번 주에는 양이 좀 많긴 했다. 130 페이지 정도?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서 거의 주말내내 속으로 초조해하며 한 것 같다. 결국 요약을 하는데 들어간 시간은 5시간 정도이다. 사실 중간에 정말 피곤하면 그만두고 자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그 전에 끝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시간까지 숙제 등을 하느라 자지 않은 적은 물론 있다. 밤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탓에 흔치는 않지만. 웬만하면 버텨보려 했다. 이 곳에 오면서 한 다짐 ..
꿈에서 망자가 또 나왔다. 역시 10여년 전에 돌아가신 분. 이번에는 외할아버지다. 조부모 중 가장 친하게 지냈기에 가장 기억도 많고, 생각하면 가장 슬퍼지는 분이다. 그 분이 꿈 속에서 환히 웃으며 나타나셨는데 깜짝 놀라서 깼다. 며칠 만에 또 꿈에서 망자를 본 탓이다. 불안해서 검색해봤더니 망자가 밝은 모습이었다면 오히려 길조란다. 다행이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기분이다. 룸메이트가 내게 하는 말의 절반은 'study'다. 너 공부하고 있니? 공부하니? 공부할거니? 공부했니? 와, 공부할 거면 자기나 하지 이렇게 자기 스트레스를 나에게 전염시키나. 와, 즐겁게 놀고 이것저것 생각도 하고 새벽 세시에 들어왔는데 들어오자 마자 룸메이트라는 녀석이 저딴 소리나 하고 있으니 갑자기 열이 확 뻗친다. 이래서 한 학기 같이 살 수 있을까.
살면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오기 전에는 물론이고, 지난 주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조금 당혹스럽다. 요체는 이렇다. 먼저, 영어로 말하기가 두렵고, 비한국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렵다. 영어 말하기에 대한 두려움은 고등학교 때 시작된 듯하다. 학교에서 명목적으로나마 영어의 상용화를 추구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사용했었다. 그 때, 주변 남자애들이 나의 영어 사용을 놓고 시비 혹은 지적을 했었다. 일대일이라면 서로 얘기를 했겠지만 - 싸웠을지도? - 상대 쪽이 대부분 다수다보니 아무래도 심정적으로 위축됐었다.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자신감은 영 회복될 기미가 안 보였다. 영어 공부를 한지는 벌써 16년째인 것 같다. 엄마 손에 이끌려 ..
지난 주에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운동exercise을 했다. 농구를 했는데, 문제는 농구 자체가 아니라 체력. 반 년 정도 거의 운동을 안 해서인지, 원래 체력이 약해서인지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스스로가 싫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거금 140$를 내고라도 체육관에 등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은 그 이후 처음으로 운동을 하러 갔다. 30분 정도 트레드밀에서 뛰고 왔는데, 조금 힘들지만 좋다. 일단 목표했던 '응어리'는 풀고 왔다. 오후 늦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해 가슴이 답답하고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는데 말끔하게 해결! 애초에 이 곳에 오면서 세운 목표 중에 하나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언제부턴가 달리는 체력을 잠으로 해결하곤 했었는데, 이젠 좀 벗어나고 싶다. 하고 싶은 일도 조금씩 명확해..
2시간 째 화가 가라앉질 않는다. 문제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 추측 가능한 원인은 마지막에 들은 수업에서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다는 거랑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상대가 번호를 잘못 알려줘서 못 만났다는 거랑 엄마가 지난 번에 보냈던 메일을 또다시 보내달라고 해서 짜증이 났다는 거 정도. 사실 다 별거 아니다. 근데 왜 이리 가라앉지가 않지. 그냥 오랫동안 쌓인게 폭발한건가. 여기 와서 처음 이러는 듯도. 사실 4시 정도까지는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수업도 괜찮게 들었고, 드디어 한국어 책들도 마음껏 빌렸고 (!), 날씨도 정말 좋았고. 상황이 급변해서 그런가 영 기분이 풀리질 않는다. 심지어 저녁을 먹고 와도! 왜 이러지. 아무래도 운동을 다녀와야겠다. 땀 좀 빼면 기분이 나아지겠..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6종류의 수업을 10시간 동안 들었더니 멍하다.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시간이 잘 간다. 이번 주 고비는 좀 넘어간 것 같으니 내일은 정신을 차리겠지.
한국에서 가져온 책을 아껴 읽고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와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가져왔는데, 네 달 가량 지내면서 한국어로 된 책이 보고 싶을 때마다 펴보고 있어요. 평소에 읽던 식으로, 심심할 때마다 읽다보면 금세 다 읽어버릴 것 같아서 하루에 네댓페이지씩 아껴 읽고 있어요. 미국까지 와서 영문 책도 안 보고 청승이지만, 어쩌겠나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 걸. 지난 주에 도서관에 갔어요. 아직 '유사 학생증'이나마 나오지 않아 도서관 본관에는 출입이 안 되어서 'East Asia Library'란 곳에 갔어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 말 그대로 동아시아와 관련된 책을 집중적으로 소장하고 있죠. 지난 목요일에 처음 들어갔는데, 신간 코너에 지승호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