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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제사회학이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슘페터의 말처럼 경제학과 사회학 간의 연관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사회의 물적 기반으로서 경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찍이 ‘자기조정적 시장 체제’에 대한 비판자였던 칼 폴라니조차 어느 정도는 인정한 바 있고, 근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유명한 비판자인 칼 마르크스 역시 경제적 토대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중심으로 사회를 연구했으며, 심지어 오늘날에는 경제적 원리로 간주되는 것들이 사회의 조직/작동원리로까지 수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경제 역시 사회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제의 행위자나 대상, 공간 등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밀접하게 ..
익숙한 환경과 인간관계에서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중심으로 한 모든 것에 대해 '낯설게'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결과물 중 하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관념적'이라는 사실이다. 예전부터 어느 정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나의 언어는 관념적이다. 그것이 종종 일상에서의 생활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최근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한 지인에게 내가 항상 괴로움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동시에 받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진동하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고통을 낳는다'는 식의 설명을 했더니, 답변은 아니나 다를까, '머리아프다'는 식이었다. 이야기는 내친 김에 비슷한 언어들의 반복적 변주가 되었다. 이에 대한 상대의 약간의 반감과 '그럼 너..
근황이기도 하고 알림이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글 자체의 완결성을 위해 곁가지는 쳐내야 할 듯 싶어 이 정도만. 또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요즘의 고민은 가깝게는 한국에 돌아간 이후의 일, 멀게는 대학교 졸업의 일이다. 그리고 이 둘은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방학에는 참여연대 인턴을 할 생각이다. 물론 내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못할 이유는 없지 않지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 운동'을 경험하고 싶어서. 물론 참여연대 인턴을 해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자격으로 각종 사회 운동의 현장에 나갈 수도 있고, 학교의 사람들과 같이 갈 수도 있고, 다른 단체를 찾아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저런 생..
김윤식 교수는 스스로 자신을 ‘벤허선의 노예’로 표현한 적이 있다. 그는 ‘필사적으로’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국 근대문학과 비평의 현장에서 글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 비유컨대 그에게 ‘근대’란 ‘숨은 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신에 대한 열망이 크고 높을수록, 그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절망은 넓고 깊었을 것이다. 논문과 대담을 모은 김윤식의 는 일종의 자전적 고백의 성격도 띠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의 폐허와도 같은 현실 속에서, 그가 어떻게 제로 상태의 한국 근대문학 연구에 매진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는지, 또 그 학문적·비평적 실천의 야심은 무엇이었는지를 이 저작처럼 성실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다. 이 책의 여러 논문에서 그는 근대문학 연구를 향한 집념의 뿌리에 ‘식민지 사관’의 극복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
월 화 수 목 금 10~11 9.5~11 미국사 고전정치경제학 미국사 고전정치경제학 미국사 11~12 11~12.5 노동경제학 노동경제학 12~1 12.5~2 국제경제사 국제경제사 1~4 2~3.5 4~5.5 3.5~5 동유럽경제 현대정치경제학 동유럽경제 현대정치경제학 5~6 6~9 경제학연습 벌써 개강하고 한 주일이 지났다. 실제로는 화요일부터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 월요일은 마틴루터 킹 기념일이라 휴일이었다. – 어쨌든 어제 금요일 수업까지 들은 탓에 선택한 수업 전반에 대해 소감이라는 걸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눈썰미 좋은 이는 발견했겠지만, 수업의 일부가 줄었다. 첫 시간, 혹은 두 번째 시간까지 듣고 나니 '아, 여기서 이건 들을 만 하겠구나.' / '아, 이것까지 들으려고 하는 건 지나친 무..
나의 장기 2008년이 끝났다. '장기'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long period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대표적인 사례로는 1789년부터 1914년까지를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봄이 '장기 19세기'라고 일컬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내게 2008년은 단순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아니라, 2009년 1월 10일을 경계로 종료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이후로 사용하는 시간대가 다르고, 공간적 맥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생활 공간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딱히 '새로운 각오' 같은 것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나라는 인간의 삶의 궤적이 이어지되, 조금 다르게 이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 같은 연속적 인식은 사실 ..
미국의 경제학자 배리 아이켄그린은 최근 한국에서도 번역된 『글로벌 불균형 - 세계 경제 위기와 브레튼우즈의 교훈』이라는 근간에서 글로벌 불균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이라도 한 듯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강조한 바 있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이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이를테면 오늘날 한국 경제학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한국의 경제학은 ‘산업정책’으로 대표되는 관치경제학의 전형으로 여겨져 왔다. 이것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외부로부터 유입된 신자유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물론, 97년 이전에도 한국의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수학한..
한국에서 가장 좋다는 경제학과를 다니는데, 전공 수업을 세 개나 듣는데, 그 어떤 교수도 최근의 미국발 금융 위기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경제학은 그럼 먹는건가효? 엄마가 보는 증권 관련 케이블 티비에서도 최근 국내외 금융 동향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경제학 교수들은 입 벙긋 하지 않는다. 증권 케이블 채널이야 돈 벌기 위한거라고 치자. 그렇다면 증권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가? 지금 수업중인 주식 채권 파생상품 이란 과목은 뭥미? 금융은 워낙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서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치자. 그렇다면 경제학은 도대체 뭐하는데 써먹는 거임? 돈 버는 학문도 아니요, 현실 경제를 설명 해석 예측 처방하는 학문도 아니요. 그저 비주류 경제학 짓밟고 올라서서 '내가 킹왕짱..
9월 위기설이란다. 내용을 보니 그럴듯하다. 실제로 돌아가는 추세도 그럴듯하다. 이미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환율은 계속 뛰고 정부는 방어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고, 여기다 외환보유고 다 떨어지면 누구 말마따나 'IMF Season 2.' 추석이 분기점이라니 추세를 지켜볼 따름이다. 무기력하다. 무려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이름을 걸어 놓고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공부가 얕은 탓도 있고, 안 한 탓도 있고. 요즘 들어 경제학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공부를 해야 할 것도 같지만, 막상 또 하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니 이래저래 무기력하다. 흠, 공부합시다!
내일이 재정학 시험이다. 역시 경제학과 맞지 않는가 보다. 예년의 학기처럼 이번 학기 역시 적어도 시험 기간에는 경제학 공부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였는데, 가장 오리무중이다. 또 다시 재수강만 면하고자 발버둥 칠 수밖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교지 '관악'에 실린 한기연의 이랜드 관련 기고문을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상은 이럴진대, 수식 몇 개, 선 몇 개로 세상을 설명하고 있는 교과서를 다시 펴자니 참 답답하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학문적 성취를 이뤄내어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인가? 알 수 없다. 6월도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