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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학’이란 무엇인가? 본문

학문 / Science

‘경제사회학’이란 무엇인가?

zeno 2010. 9. 12. 16:49

경제사회학이란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 슘페터의 말처럼 경제학과 사회학 간의 연관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사회의 물적 기반으로서 경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찍이 ‘자기조정적 시장 체제’에 대한 비판자였던 칼 폴라니조차 어느 정도는 인정한 바 있고, 근대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유명한 비판자인 칼 마르크스 역시 경제적 토대에 대한 자신의 분석을 중심으로 사회를 연구했으며, 심지어 오늘날에는 경제적 원리로 간주되는 것들이 사회의 조직/작동원리로까지 수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경제 역시 사회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스스로의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제의 행위자나 대상, 공간 등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밀접하게 연관된 사회와 경제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어내고 있는 ‘경제사회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사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측면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정의가 나올 수 있다. 현실적으로 사회나 경제 모두 대개 국가를 단위로 조직되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활동을 다루는 ‘재정사회학’이 있을 수 있고, 오늘날 경제의 주요 행위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조직 원리를 전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에까지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 ‘기업사회학’이 가능하며, 경제와 사회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베버 식의 ‘경제사회학’도 있다. 특히, 베버는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을 그대로 승계하는 것을 거부하고 개인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이해’를 경제적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근대 고전파 경제학과의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상 어떠한 ‘경제사회학’을 하더라도 오늘날 세칭 ‘주류 경제학’이라 불리는 ‘신고전파 종합’과의 관계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기반 위에서 학문을 하든, 그 기반을 비판하든 말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주류 경제학의 기반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미 상당히 미분화된 주류 경제학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자칫 ‘경제사회학’이 아닌 ‘경제학’의 틀에 갇힐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현대 경제학의 존재를 도외시한 채 고전 경제학만을 대상으로 삼으며 현대 사회를 분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앨션A. A. Alchian과 라시스S. J. Latsis의 문헌을 검토하는 것은 유의미하다. 이들의 글은 오늘날까지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경제학의 틀 혹은 그로부터 유래되는 한계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앨션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선택이 ‘이윤 극대화’를 기준으로 이뤄지지 않고, 성취 여부는 동기가 아닌 결과에 의해서 판단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 성공하기까지는 진화, 자연선택, 운, 모방, 시행착오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한편, 라시스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완전 경쟁, 독점, 독점적 경쟁 등으로 상정하는 시장의 형태가 모두 ‘단일 출구’ 상황이 암묵적으로 가정되어 있어 ‘기업의 합리적 행위’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상황적 결정론’을 전제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그리고 그는 과점/복점의 경우 ‘다중출구’ 상황이 되기에 합리성을 전제한 기존의 이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상황적 결정론에 대한 그의 검토는 포퍼의 ‘합리성 원리’에 대해서까지 이어지고, 기존 이론의 부족한 현실성을 메울 수 있는 (당시에 도래하던) ‘경제적 행태주의’를 소개한다. 이어 허치슨의 도발로 시작된 방법론 논쟁을 정리한 뒤, 신고전파 경제학과 행태 경제학의 공생을 강조한다. 이상의 논의는 주류 경제학의 기반에 대해 생산적 비평을 가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학이 이상과 같은 20세기의 지적을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이다. 토대에 대한 지적을 흡수하며 경제학은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내부를 굳건히 했다. 그러나 여전히 여기에서 사회는 ‘부재’하는 것으로 ‘상황’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즉, 여전히 경제학은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행위하는 개인과 기업, 그리고 가족과 국가 정도만을 상정할 뿐, 고유한 특성을 가진 ‘사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경제사회학의 출발지이자 목적지일 것이다. 즉, 경제사회학은 경제와 관련하여 사회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작업인 동시에 사회에서의 경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기획인 것이다. 이제 그 길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