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설 (279)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룸메이트가 도착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10여년 간 살다가 어머니가 이탈리아 인과 재혼하는 바람에 이탈리아로 옮겨가 나머지 인생의 절반 가량을 산 남자. 중국어와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잘한다. 전공은 경영 행정. 분야가 겹치다 보니 수업도 일부 같이 들을 것 같다. 보니까 GMAT을 공부하고 있던데, 아무래도 경제학 공부하다 모르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나처럼 한 학기 온 거긴 한데, 프로그램이 달라서 나보다 처지가 낫다. 그리고 같이 온 친구들은 본래 학교에서 수업을 같이 들으며 알던 사람들이란다. 아무래도 그 사람들과 (필요에 의해서) 좀 친해질 것 같다. 개새끼. 단순히 같이 사는 게 아무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 불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시차적응을 못했는지, 아침 내내 ..
어느덧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에서도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이러다가 곧 돌아갈 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다녀왔다는 retreat에 대해 쓰는 것이 정석의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1주일'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 1주일 간의 생활은 그간의 포스팅으로 자질구레하게 써 놓아서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무래도 '블로그'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지난 월요일 저녁 이래로, 나의 모든 생활은 '블로그'라는 이 한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의 시작을 블로그로부터 해서 블로그로 끝내고, 온갖 ..
살면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도 딱 그런 꼴. 단잠을 자고 있었다. 간만에 기억에 남는 꿈도 꾸고. 쿠와쿠와도 나오고 노트폐인도 나오고. 7시 30분에 알람을 듣고 깼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을 더 청했다. 8시 30분에 기숙사에서 마련한 캠퍼스 투어가 있었지만, 당장 졸린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두 시간 쯤 잤을까,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깜짝 놀라 깨서 나가보니 어제 요청한 수리 때문에 온 것. 와서 살펴보더니 지금 부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잠시만 기다리라며 나간 사람이 한 시간째 깜깜 무소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캠퍼스 투어는 시간을 한참 넘겼다. 게다가 아침 배식 시간도 끝났다. 오늘 공식적으로 할 일은 없다. 지금 또 잠들긴 밤 잠을 걱정해야 할 처..
맥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은 잠이 잘 온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2009년 첫 해가 떠오른지 5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이런 제목을 단 글 쓰기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다 사정이 있었다. 사실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2008년 12월 31일과 2009년 1월 1일은 고국 이탈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로 인한 초조함에 시달리는 연속된 나날들에 불과한데, 갑자기 '오늘부터 새해야. 난 바뀌겠어. 이젠 스물둘이라구!' 라는 식의 닭살스러운, 혹은 가식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 라는 평소의 신념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새해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단 요 근래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혼자 놀기.' 감히 혼자 놀기를 마스터한다던가, 이 시대 마지막 솔로로..
썸데이 서울 - 김형민 지음/아웃사이더 p. 369 "난 대학 내내 망설이면서 살았던 것 같아. 나답지 않게. 군대에 가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사회에 나와 장가를 가서도 난 항상 애매했고, 뭔가 내 뜻대로 확실하게 한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었어. 너 내 성격 알잖아. 맺고 끊는 거 확실한 거. 근대 정말 내 인생의 큰 그림에선 그러지를 못했어. 공부도 못했고 운동도 못했고 맨날 그 언저리에서만 뱅글뱅글 돌았으니까. 한번 이 악물고 매달려 보려고, 원래의 내 모습대로.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 읽은지는 꽤 됐는데 리뷰가 늦었다. 책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현재 시사 피디로 일하고 있는 한 386의 잡문이다. 취재하며 겪은 일, 학교 다니며 겪은 일을 형식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문체로 풀어내..
스타의 연인 채널/시간 SBS 수,목 저녁 9시 55분 (2008년 12월 3일 방송예정) 출연진 유지태, 최지우, 차예련 상세보기 최근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수목드라마 이 저조한 시청률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MBC에서 마련한 특선영화 에게도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개인적으로 점점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이기에 몇 자 적어보련다. 그다지 두서있는 글도 아니고, TV 비평도 아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적용한 블로그에 쓸법한 잡글로 봐주시면 되겠다. 처음에는 학교가 나온다고 해서 오며가며 봤다. 자하연이나 인문대 등 주요 서식지가 나오길래 즐거운 마음으로 봤다. 극중 대학원생, 정확히 말하자면 박사과정의 시간강사로 나오는 유지태에게 조금씩 감정이입이 되었다. 어느정도 진로로 고려하고 ..
대박 별 생각없이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발견했다. 어제 저녁 내내 대학로에 있었는데 전경 버스들이 계속 지나가길래, 이거 한 해 마지막 날에 전쟁하나 싶었는데, 다들 보신각에 모여 있었구나. 내일 저녁에 나가볼 생각이었는데, 왠지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오늘 내 스스로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후회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