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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름 쯤 전에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맑스의 을 보다 문득 네개의 문장이 생각났다. 내용이 평소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것인지, 때문인지, 그것이 분석하고 있는 자본주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은근히 라임이 맞는 것 같다. 한번 소리내 발음해보시고 평가해주시라. Life is somewhat nothing. Everything goes crazy. Fucking world is now collapsing. This is all the story. 아, 이 때 중요한 것이 영어로 랩하듯이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 이 네 문장의 함의를 맞추는 분께는 센스를 인정해 드리겠다.
'케빈 베이컨'이나 '에르도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경험적으로 참 좁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서로 얼굴을 확연히 알아본 것을 보면 서로 아는 사이가 맞다. 처음에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 고등학교 때 말을 몇 마디 나눠본 게 전부니까. - 이제 생각났다. 김영민군. 그나 나나 외양은 그대로인 걸 보면 - 그랬으니까 서로 알아봤겠지. - 참 한국 남자애들은 대학 가도 안 꾸미는 애들이 허다하다. 사실 이렇게 세상이 좁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우리가 일종의 상류 사회 - 문화적 자본을 가진 - 의 일원이기 때문이지.' 물론 이는 '상류 사회'에 속해있음을 자부심으로 여기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일..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 속에서 실행된 적극적인 방법은 학살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학살만으로 한 사회를 끝장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히틀러는 유대인을 박멸하기 위해 가스실까지 동원했지만 지금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없던 나라까지 만들어 죄없는 팔레스타인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지 않은가? 제노사이드는 유대인의 숫자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바로 그 사회 성원들의 결속력을 파괴하는 것, 즉 모든 사람을 오로지 나만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그 사회는 설사 지금 제 아무리 휘황하..
그 남자 그 여자 - 이미나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말머리를 달기가 어려웠다.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지, 연애로 분류해야 할지, 잡문으로 분류해야 할지. 알라딘의 분류는 '예술/대중문화.' 그래서 이를 따르기로 했다.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감이 올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이 얼마나 불분명한가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연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시각에서 쓴 1페이지 짜리 짧은 글들이 수백개가 실려 있다. 책 안에 있는 소개로는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실렸던 내용이라 한다. 굳이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 그 안에 글이라고 있는 것이 활자화되어 인쇄되어 있긴 하나 '예술'이라 부르기에는 아무런 예술성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책을 9500원이나 주고 사기에는 차라리 2500원 더 보..
2009년 오늘 한국에서 이명박 씨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범주는 꽤 넓다. '자본주의 이후'를 소망하는 좌파에서부터 '상식의 회복'을 말하는 자유주의자들까지,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 자부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얼굴만 봐도 진저리를 친다. 그들에게 '이명박'이라는 이미지는 악(惡)이라기보다는 추(醜)에 가까운 듯하다. 그런데 이명박 씨에게 진저리를 치는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는 다른 사람들일까? 그들은 정말 이명박과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거창한 이야기 말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해보자.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고 0교시, 우열반, 보충학습 따위를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이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고 들고일어났던 걸 기억할 것이다. 그..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 원했을지는 모르겠지만 - 오바마 씨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트랙백이란 참 편하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 준 이의 글에 걸으면 되니까. 조금만 덧붙이자. 정부에 대한 한 가지 유명한 말이 있다. '정부는 지배계급의 집행위원회에 불과하다.' 11년 전, 김대중의 당선에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6년 전 노무현의 당선에 더 많은 이들이 환희의 눈물을 뿌렸다. 그 결과는? '권력은 자본에 넘어갔다.' 우리 노무현 전 대통령님께서 공표하셨던 말이다. 국민 성공 시대를 제창하신 이명박 대통령님, 이미 주가 반토막도 내보고 환율도 1.5배로 띄워보고 토건으로 경제를 살리시겠단다. 은근슬쩍 종부세도 없어졌구나. 대놓고 미친놈보다 멀쩡한 듯하다 미치는 사람이 더 무섭다. 뭐, 꼭 그렇게..
촛불은 아름다웠다. 어른들이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뇌까리며 느물거릴 때 촛불을 들기 시작한 여중생들도,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이 이룬 거대한 대열도, 그들이 보인 유쾌한 직접 민주주의의 풍경도. 제정신을 가진 누구도 그 아름다움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왜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고 행동했는데 이렇게 달라진 게 없을 수 있을까? 딱히 달라진 건 없더라도 사회진보의 열기가 살아나는 계기라도 되었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다들 맥이 빠져버린 모습이니 대체 어찌된 일일까?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만 다들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촛불 시위 피켓엔 “이명박 너나 미친 소 쳐먹어” ''내 인생 좀 펼쳐보려고 하니 광우병 걸렸네“ 등 내가 죽..
B.E.A.utiful. 영화 에서 짐 캐리가 일상적으로 내뱉어서 유명해진 말이다. 사실 뷰티풀이라는 말,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브라보, 원더풀이라는 말은 간혹 쓰이더라도. 그래서 이 뷰티풀이라는 말, 한국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저 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치니까 배운 사전적 의미 - 아름다운 - 만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그래서 이란 이름을 단 이 뮤지컬은 낯설 수 밖에 없다. 뷰티풀 게임이란 축구를 의미한다고 한다. 20세기의 축구 황제라 불리는 펠레가 자서전 제목을 'My Life and The Beautiful Game'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나아가, 이 뷰티풀 게임은 인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극 중 오도넬 신부가 존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늘 상대를 전투의 '적'이 아닌..
캠퍼스가 온통 Recruit란 단어로 도배되어 있다. 신학기인 탓이다. 눈에 거슬린다. 무언가 'Recruit = 기업 = 자본'이라는 도식이 뇌리 깊이 박혀서 일까. 굳이 저런 말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동아리 포스터들에 온통 큰 글씨로 Recruit란 말이 가득한 것을 보면 괜시리 기분이 나빠진다. 동아리들이 뭐랄까,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방향을 위한 것들이 인기를 끈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졸업 후 안정적으로 간지나게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만 연관된 것들이 잘 나가는 것 같다. '노동 = 자아 실현'이라는 도식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별로 보기가 좋지 않다. 사람들이 '주체'가 되려고 하기 보다는 자본이 주도권을 쥔 사회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고, '객체'가 못 되어 안달이 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