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상은 좁다 본문

저널 / Zenol

세상은 좁다

zeno 2009. 4. 14. 12:02
  '케빈 베이컨'이나 '에르도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경험적으로 참 좁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서로 얼굴을 확연히 알아본 것을 보면 서로 아는 사이가 맞다. 처음에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 고등학교 때 말을 몇 마디 나눠본 게 전부니까. - 이제 생각났다. 김영민군. 그나 나나 외양은 그대로인 걸 보면 - 그랬으니까 서로 알아봤겠지. - 참 한국 남자애들은 대학 가도 안 꾸미는 애들이 허다하다.
  사실 이렇게 세상이 좁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우리가 일종의 상류 사회 - 문화적 자본을 가진 - 의 일원이기 때문이지.' 물론 이는 '상류 사회'에 속해있음을 자부심으로 여기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일 뿐. 한국처럼 부가 문화적 자본 - 영어나 학력 등으로 대변되는 - 으로 쉽게 세습되는 사회에서 이미 한번 그 사회에 진입한 이상 만나게 되는 인간 군상들의 집단이 제한적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만났던 사람들과 대학교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 교집합이 종종 형성되는 한편, 중학교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스카우트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 공통되는 인물이 많다. 이 때, 스카우트 역시 일정 수준의 자본을 근거로 할 수 있는 여가 활동 중 하나이기에 사실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과 겹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학력의 차원에서는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것이 낮은 사회문화적 자본의 수준에서도 적용될까 생각해봤는데 아닐 것 같다. 한국 같은 피라미드 사회에서는 상층부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극히 결집되는 반면, 하층부로 갈 수록 상당히 매우 몹시 엄청 진짜 장난 아니게 분산된다. 사실 누구나 아는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이 늘어 놓은 이유는 다시 한번 부르디외의 위대함을 상기시키기 위해. 부르디외, 우왕, 짱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