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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제, 올해 마지막 노숙자 인문학강의를 했다. 괴상망측한 우익 역사교육 소동으로 시끄러운 탓만은 아니었지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주제로 관련 영화와 예술작품들을 함께 보았다. 북한 배경의 007영화에 동남아의 집과 물소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처럼 함께 웃은 것을 시작으로 서양의 동양침략을 정당화한 수많은 영화나 그림들을 노숙인들은 정확하게 보고 비판했다. 그 대부분은 그들이 생전 처음 보는 것임에도 그러했다. 아는 만큼 본다고? 아니다. 보는 만큼 안다. 아니다. 아는 게 중요하지 않다. 이해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여러 인간, 계급, 민족, 나라들이 서로 이해함이 중요하다. 올봄, 그 강의를 의뢰받자마자 즉시 수락한 것은 1970년대 노동야학 이후 그런 수업이 가장 즐거웠기 때문이다. 물론 돈 없이 말..
주희의 해석을 따르자면 공자의 『논어』 제4편 이인(里人)편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을 다루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4편 1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이후 26까지의 문장들은 그 곳에 사는 한 현명한 노인(공자)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들처럼 보인다. 텍스트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시 현대 한국인들이 보통 유가에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인 ‘도덕주의Moralism’로부터 크게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공자는 일관성 있게 인(仁)과 도(道)를 강조하고 있다. 8에서 등장하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문장은 필자 같은 일반 독자가 유가철학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로써 기대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모든 텍..
『국가』 제3권에서 소크라테스와 아데이만토스는 2권에서 다루던 시가의 내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특히, 이들은 국가를 지키는 ‘수호자들’ - “장차 신들을 숭배하고 어버이를 공경하며 서로간의 우정을 하찮게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사람들” (386a) - 에 대한 시가 교육을 주로 다루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이들에게 교육되는 시가가 “그들 - 필자 주: 시인들 - 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진실도 아니거니와, 장차 전사들로 될 사람들을 위해 유익하지도 않기 때문”에 “저승의 일들을 이처럼 무조건적으로 험하게 말하지 말고 오히려 찬양하도록 요구해야만 될 것”이라 말한다. (386b) 뿐만 아니라, 그가 생각하기에 수호자는 “훌륭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스스로 가장 자족할 수 있어서, 남들과는 판이하게 ..
플라톤의 『국가』 제2권의 논의는 글라우콘이 트라시마코스의 논지를 승계하면서 시작된다. “선생님께서는 올바르지 못한 것보다는 올바른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낫다는 것을 저희한테 설득하신 듯이 ‘보이기’(생각되기: dokein)를 바라시는 겁니까, 아니면 진정으로 설득하시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357b) 라며 도전적으로 나오는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 ‘좋은 것(agathon)’이 “결과를 바라서가 아니라 오직 그 자체 때문에 반기며 갖고자 하는 그런 것” · “그 자체 때문에 좋아할 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생기는 결과들 때문에도 좋아하는 그런 것” · “수고롭기는 하지만, 우리를 이롭게 하는 것들이라고 말하거니와, 우리가 이것들을 수용하려 하는 것도 그것들 자체 때문이 아니라, 보수라든가 그 밖에 그것들..
플라톤의 『국가』 제1권의 본격적인 논의는 케팔로스가 불행의 탓을 ‘노령’으로 돌리는 일부 노인들의 사례를 드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케팔로스 자신은 그 원인을 ‘생활 방식’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그런 생활 방식을 가능케 하는 것이 ‘재산’임을 지적한다. 그러자 케팔로스는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가난하고서는 노령을 썩 수월하게 견디어 내지 못하겠지만, 훌륭하지 못한 사람이 부유하다고 해서 결코 쉬 자족하게는 되지 못할 것”이라며 ‘훌륭함’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330a) 이 논의는 소크라테스의 ‘올바름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 시도로 이어진다. 그는 올바름을 “정직함과 남한테서 받은(맡은)것은 갚는 것”이라고 할 것인 지를 묻는다. (331c) 이 때, 유명한 ‘미친 친구’의 비유가 ..
안녕하세요. 글로 처음 인사드리게 됐네요. 조홍진이라고 합니다. 이번 짧은 글의 초점은 왜 제가 플라톤의 저작 『국가』를 읽고자 이 세미나에 참가하였는지에 맞추어 보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김휘수 씨의 지도편달 아래 지난 겨울 이래로 열린학술네트워크에서 ‘서양 고대 철학사’ 세미나에 참가해왔습니다. 그런 세미나가 다행히도 반년 가량 지속되어온 본 세미나는 좌초 위기도 많았지만, 여태껏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드디어 플라톤, 그것도 『국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세미나에서 플라톤의 저작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 『메논』 ․ 『크리톤』 ․ 『파이돈』 등 여러 편을 시범 경험 삼아 읽었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런 유의미한 세미나가 지속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