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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학 와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또 가장 많이 내뱉곤 하는 말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단한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2년 전 봄, 홉스봄의 를 처음 읽었을 때, "책을 탐독하고 서투른 시와 소설을 끼적거리며 루소를 숭배했던 젊은 지식인"이란 구절에 밑줄을 쳤었다. 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말이자, 지향할 바로 여기는 마음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2년 반 가량이 지나 요즘 다시 봐도 이 구절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근데 그거 아시는가? 사실 저 구절 앞에는 "젊은 보나파르트처럼"이라는 말이 본래 붙어있다는 것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나폴레옹의 이름을 듣거나 볼 때면 '황제'라는 이름에..
지난 주에 거창한 선언을 한 뒤로 뭔가 '밥벌이'가 될 만한 글-단순한 감정 배설이 아닌, 뭔가 알맹이가 있어서 '팔릴만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도무지 마음의 여유도 안 나고-물리적 여유도 없긴 하다.- 글 수준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생각하게 되고 부담이 생겨서 영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사실 위 문장은 의도적으로 길게 늘여서 쓰며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 최근 느끼고 있는 지적 노동의 힘듦-쉽게말해 글쓰기-을 일부러 극복해보려는 거랄까. 솔직히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답변을 받으며, 미래를 향한 글이 될 수 있을런지. 그냥, 요즘 고민하는 건데,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부를 하기 힘든 이 세상과 내 환경이 몹시 싫다. 어처구니 없게 들리겠지만, 방에 도저..
요즘 한가지 기쁜 일이 생겼다. 한 권, 한 권씩 갖고 있는 책 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한 권, 한 권 쓰여질 때마다 뿌듯하다. 아직 반의 반도 못 한 것 같지만 대략 눈대중으로 보니 200권 남짓 될 것 같다. 물론 이 중 읽은 것은 몇 권 채 되지 않는다. 이상한 습관이 책 욕심은 많아서 마구마구 사대고 정작 읽지 않는다. 시간과 일에 쫓겨서 빌려서 읽기만 한다. 나름 모은다고 모았는데 이 정도 밖에 안 되네! 어릴 때 읽던 책은 다 동생에게 주거나 사촌 동생들에게 줘서일까. 나중에 개인 서재를 꾸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택도 없다. 과연 만권, 모을 수 있을까? 사고 싶으나 아껴 두고 목록에만 적어뒀던 책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다 사기에는 돈도, 둘 공간도 마땅치 않다. 후, 역시 이 세상에서 살려면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