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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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90124 탐정

zeno 2009. 1. 25. 06:48
  어릴 적, 사립 탐정이 되고 싶었다. 추리 소설의 영향일까, 머리를 써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멋져보였드랬다.
  셜록 홈즈가 싫어졌다. 그는 무언가 오만하고 정의로운 체 하지만 차가웠다. 차라리 까칠하지만 따뜻한 아르센 뤼팽이 좋았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뤼팽에게 끌렸다.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촌스러운 파란색 제복을 입고 교통 정리나 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기에는 어렸다. '경찰청 사람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락부락해서 범죄자들한테 욕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중의 지팡이, 라는 표현이 참 좋은 건줄 알았다. 민중의 뜻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것은 대학 들어와서 이지만, 그저 지팡이 역할을 한다기에 호감이었다.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애틋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적어도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는, 그 지팡이가 민중의 손과 발이되어주는 그런 것이 아니라, 민중을 향해 내려쳐지는 쇠지팡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 '젠틀맨'들이 호신용으로 들고다니던 그런 쇠지팡이 같은 것이라는 것을. 강력한 힘을 등에 업고 온갖 거짓말과 폭력으로 민중을 탄압하는 그런 경찰 따위는, 이제 싫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구조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런 구조를 방관하고, 이에 순응하는 개인은 분명 공범자다. 한 명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 한 명이 꿈꾸면 공상일 뿐이지만, 보다 많은 사람이, 궁극에는 모두가 함께 꿈꾸는 순간 그 꿈은 몽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Dreams come true. 그리고 나는 거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탐정이 되고 싶다. 경찰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