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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13일의 금요일이 끝나간다. 별다른 큰 일은 없었다. 간만에 방에 혼자 앉아 있다보니 한국에서 늘 겪던 '룸펜화' - 이런 좋은 용어를 알려준 미카미 군에게 감사. - 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문득 한국에서보다'는' 낫다던 평소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룸펜화를 정의하고 넘어가자면,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죽음에 이르는 병',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고 과거에 고민했던 문제들을 되새김질하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한편 끝없는 자기합리화나 비하에 빠지기도 하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다. 이 곳에 와서 룸펜화가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맥주를 입에 달고 살았고, 밤만 되면 블로그에 붙어있었던 것에 비해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낮..
살다보면 주제에 과분하게 연애 상담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오늘도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그거다. 홀로서기. 연애를 하려면, 그 전에 혼자 제대로 설 줄, 완전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홀로됨을 견딜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연애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짧게 끝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쌓아가는 삶의 궤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말은 당장 절실한 사람에게 매우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고, 아무런 합리성이 없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시간은 알게 해준다. 결국 둘이 만나서 행복하려면, 각자 미리 행복했어야 한다는 것을. 그와 그녀의 사랑이 부디 끊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구차하니까 길게 적지는 말자. 수업은 대체로 들을 만 했고, - 첫날부터 계속 졸았다... - 리딩은 역시 많았고, 등록은 안 되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능력이 성장한 것 같다. 더불어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는 것도. 지난 한달 간을, 혹은 지난 일년 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이제 밥 좀 굶어도 까칠해지지 않는 거에 도전해야 (..)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 '자기치유'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지만, 그 전에 앞서 좀 살아야... 왜 힘들까, 고민하다보면 이유는 참 많은데, 그게 해결하기 쉽지도 않고 뭐. 사실 블로그에 이렇게 쓰는 것 오랫동안 참았는데, 아, 도저히 이건. 2주만 참자, 라는 생각을 자꾸 하긴 하지만, 그 전에 너무 힘든 걸. 자꾸 블로그가 딱딱해지는 것 같아 싫지만, 또 너무 가벼운, 혹은 사적인 - 일기를 가장한 나 좀 봐주세요, 하는 관심 1그램 요청기 - 내용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아서 버텼는데, 뭐 지금 술 먹은건 아니지만 힘들어서. 사적인 내용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던 거는 괜히 사람들한테 동정을 구하는 것 같고, 혼자 좀 이겨내보려고 용 쓰는건데, 와, 이거 미치고 환장하겠다 정말. 일단 지금 생각하는 이유..
너는 말했다. 네게 기댈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홀로여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치열해 질 수 있고, 네가 살 수 있다고. 그래, 맞는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 오기와 독기로 무장해 남에게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주더라도 네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널 지켜줄 수 없다. 잠깐 동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결코 영원은 장담할 수 없다. 가족, 형제, 자매, 애인, 그 누구도 이제는 너의 항구적인 지지자일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한 때 현실을 도피했었다. 사랑과 우정, 낭만과 연대를 믿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네가 잡아줄 줄 알았고, 내가 네게 애정을 보이면 네가 환대로 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세상엔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