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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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90313 13일의 금요일

zeno 2009. 3. 14. 14:46
  이제 13일의 금요일이 끝나간다. 별다른 큰 일은 없었다. 간만에 방에 혼자 앉아 있다보니 한국에서 늘 겪던 '룸펜화' - 이런 좋은 용어를 알려준 미카미 군에게 감사. - 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문득 한국에서보다'는' 낫다던 평소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룸펜화를 정의하고 넘어가자면,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죽음에 이르는 병',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고 과거에 고민했던 문제들을 되새김질하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한편 끝없는 자기합리화나 비하에 빠지기도 하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다.
  이 곳에 와서 룸펜화가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맥주를 입에 달고 살았고, 밤만 되면 블로그에 붙어있었던 것에 비해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에도 좀 더 열심히 살고 평일 밤에는 라켓볼을 두어시간 치러가는 탓에 룸펜화될 시간이 부족하고, 주말에는 맥주와 함께 하느라 - 그리고 같이 노는 사람들과 - 룸펜화 증상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이 모든 개선의 공로는 지난 몇 달간, 아니 몇 년간 입에 달고 살았던 '홀로서기' - 자기치유,라고도 불리는 - 의 성과로 어느 정도 돌려질 법 하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말이 통하는 사람과 통화를 한 덕택이다. 아니, 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수성'의 교감이 가능한 덕택이다. 아직 '문학'을 하기에는 택도 없는 감수성이지만 - 김혜리의 김경주 시인에 대한 인터뷰를 보고 절망했다. 사회과학을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 한 문학을 하기는 힘들 거 같다. - 얼마간 노력한 탓인지 예전보다 조금 나아지긴 한 것 같다. 그것이 다시금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이끌고 있는 것도 같지만!
  아직 글 스타일이 죽은 것 같지는 않다. 생각이 얕은 대신 너른 탓에 이래저래 글감만 잡아놓고 있는데, 게으른 탓인지 바쁜 것인지 차분히 앉아 글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스크랩만 하는 걸지도. 그래도 간만에 이렇게 쓰다보니 타이핑이 생각을 쫓아가지 못하는 등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13일의 금요일은 이렇게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