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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 공지영 지음, 조남현 논술, 방민호 감수/휴이넘296쪽.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두려운 것은 죽어가는 거예요. 제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형은 움직이지 않겠지요. 언제나처럼 형은 도망치고 있지만 그건 더 깊숙이 빠져버리는 일일 뿐이에요." 316쪽. - 민수야 넌 기꺼이 민중이 될 수 있겠니? 기꺼이 민중과 결혼할 수 있겠니? 20년 전 감수성이 내게 아직도 먹히는 걸 보면 역시 난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다.
참을성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길러질까. 이젠 좀 길러졌나 싶었는데, 또 아니네. 괜히 혼자 조바심내고, 기다리고, 원망하고, 아쉬워하고, 걱정하게 되고. 아직도 '개인성'이라는 것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하나 신나게 쓰다가 접었다. 내 글의 의도는 아니지만, 그것을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보다 글밥먹고 사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지금은 꿈꾸기만 하는 건데 이 정도라니. 어제 문득 깨달았다. 나는 허세 덩어리. 그렇다고 장근석처럼 간지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뭐, 이 허세라는 녀석은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미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어찌 '너 싫어'라고 할 수 있겠..
‘한국 지성의 죽음’이란 이 글의 제목은 주말 잠결에 부고처럼 나에게 찾아왔다. 무심코 받았다가 눈을 부비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기껏 ‘나의 죽음’뿐이다. 물론 내가 한국 지성의 대표는커녕 지성 축에 끼인다고도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한국’ 지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글은 그런 이유로 내가 지성이라는 가정 하에 쓰는 지극히 서글픈 개인적 유서 같은 것에 불과하다. 나 자신을 지성이라고 말하기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음은 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와 관련되는데, 지성을 ‘권력과 자본을 위시한 모든 권위와 압력으로부터 독립한 자유로운 아웃사이더 아마추어 자유인-교양인-全人의 심성과 실천’이라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성을 이와 다르게 정의하는 예도 많지만 이 글에..
JK. 내가 그를 그렇게 불렀던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와의 만남은 고작해야 일년여에 불과했고, 그가 내 곁을 떠난지는 벌써 2년하고도 2개월, 그동안 군대에 갔더라도 제대를 했을 시간이 흘렀다. 그는 내게 '자유'로 남아있다. 살면서 그토록 자유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 준 인물이 있을까. 스스로의 삶 자체를 자유로 만들었고, 그 길을 몸소 걷다가 홀가분히 자유롭게 떠난 사람, 그가 바로 JK다. 사실 그는 학교 선생이었다. 내가 다녔던 민족사관고의 영어 교사. 2학년 때, 갑작스럽게 만나게 된 그의 교육은 말 그대로 자유, 그 자체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육'과 그의 교육은 다를지도 모른다. 그가 수업시간에 했던 것이라고는 에세이 집 한 권을 놓고 토론시키거나, 자유 주제로 에..
'일상'과 '사람'이라는 두 단어가 목을 졸라온다. 가장 단조로우면서도 안정적이어야 할 일상,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의지해야 할 사람, 이 모든 것이 소년을 압살하고 있다. 일상은 곧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현실은 교과서에서 일러주는 것과 매우 다르다. 교과서는 정의와 아름다움, 그리고 진리를 논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 어느것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정의를 꿈꾸던 소년은 현실을 알아가며 절망하고 또 절망한다. 의지를 꺾고 싶은 생각이 수 없이 들지만, 그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 때문에 그 결정도 쉽지 않다. 그러나 소년은 불의 앞에 한 명의 개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력하다. 불의 앞에 맞서기에는 그가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회 비리 앞에, 일상의 폭력에 대해, 아무런 빽도 권력도 돈도 없는 이는..
맙소사! 정말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하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한 주에 몇 번씩, 아니면 한 달에 몇 번씩, 계속 반복되는 불운 - 슬럼프라고도 불리는 것 - 은 정말 생의 의지를 조각 조각 잘라내어 발라 버린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거냐고!!! 이젠 크게 심호흡을 해도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리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늘 만성 소화불량이고,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아프다. 이러다 일찍 죽지, 에휴. 그 어떤 자구책도 소용이 없으니 '죽음'에 이를 수 밖에!
죽을 것 같다.
또 한번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에휴, 내 인생은 왜 이리 시트콤일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푸른숲 공지영 씨가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줄여서 우행시, 참 아름다운 책이다. 사실 나는 영화로 이 책을 먼저 접했다. 이 책이 나온 작년 봄, 아버지께 생신 선물로 사드린 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에 밀려 내게 읽히지는 않았던 책이다. 그러던 차에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동생으로부터 들었고, 지지난주 금요일에 나온지 하루만에 은정 누나와 보았는데, 정말 슬프더라. 혼자가 아니라 같이 보는 사람이 있었기에 나름 참는다고 참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울어본 건 지난 달, 아니 벌써 지지난 달이구나, 8월 초에 태백산맥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울었던 뒤로 처음이었다. 그렇게 울고 난 후, 소설에 대한 흥미는 다시금 생겼고 친구 녀석 생일 선물로 또 샀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잔 것은 내가 내 행동을 기억하게 된 뒤로 처음인듯. 어젯 밤에 프렌즈 보고 1시반에 자서 12시에 일어났다가 3시 반에 다시 낮잠을 자서 6시에 일어났으니 총 13시간? 덕분에 아직까지 졸리진 않구나. 첫 잠에서는 도시에서 빨치산 투쟁 하는 꿈을 꿨고, 두 번째 잠에서는 아침에 깨서 본 영화 턱시도의 영향인지 귀물 곤충이랑 싸웠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나도 참 무섭다 -_- 꼭 이렇게 꿈에서 뭐랑 싸우고 나면 무섭단 말이야. 죽을까봐. 죽기 싫어 ㅠㅠ 에고, 오늘도 벌써 다 갔네. 초조해, 아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