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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학 와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또 가장 많이 내뱉곤 하는 말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단한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2년 전 봄, 홉스봄의 를 처음 읽었을 때, "책을 탐독하고 서투른 시와 소설을 끼적거리며 루소를 숭배했던 젊은 지식인"이란 구절에 밑줄을 쳤었다. 내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 적합한 말이자, 지향할 바로 여기는 마음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2년 반 가량이 지나 요즘 다시 봐도 이 구절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름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하다는 말이다. 사람은 정말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근데 그거 아시는가? 사실 저 구절 앞에는 "젊은 보나파르트처럼"이라는 말이 본래 붙어있다는 것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나폴레옹의 이름을 듣거나 볼 때면 '황제'라는 이름에..
하늘을 찍어 포토샵에 넣고 인버트시키면 도시와 시골의 하늘은 참으로 다를 것 같다. 도시의 하늘은 파리하니 창백할 것만 같고, 시골의 하늘은 혈색 좋은 사람의 얼굴 빛을 닮았을 것만 같다. 도시에 찌들은 내 얼굴도 파리하니 창백하다. 시골 밤 하늘의 별은 참으로 밝았었는데.
물결 일렁이는 나의 호수는 나의 탓이냐 너의 탓이냐 흉곽이 으스러져도 횡경막이 찢어져도 내 너를 부름은 낙랑 공주의 몸짓과 진배 없는 자명고인데 너는 왜 울림 없느냐 울림 없느냐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누구는 이 시를 고3 때 쓰고 지금껏 읽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이 가면 저 나무는 지금의 나무가 아니겠지요. 기나긴 겨울을 견디어 내고, 푸르른 잎을 틔워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사람들이 쉬어갈 만큼 큰 그늘을 만들겠다며, 가을에는 사람들이 배불리 즐길 수 있을 만큼 많은 열매를 맺겠다며, 꾸었던 꿈은 주변 나무들이 오색창연하게 잎들을 물들이는 모습을 보며 무참히 사라지겠지요. 뒤늦은 노력은 단풍도 채 들이지 못하고 낙엽으로 끝나겠지요. 세월이 가면 저 나무는 자신의 꿈을 후회할까요. 세월이 가면... --- 오랜만에 쓴 시다. 그러고보니 시를 쓴지 1년이 넘은 듯하다. 하지만 살아가다가 갑자기 휙휙 갈겨대는 습관은 여전하다. 1교시 수업도 내내 자고, 2.5교시 수업도 자다가 중간에 문득 깨어 창밖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진짜 가을이 가는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