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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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세월이 가면

zeno 2006. 11. 21. 16:58

  세월이 가면
  저 나무는 지금의 나무가 아니겠지요.

  기나긴 겨울을 견디어 내고,
  푸르른 잎을 틔워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사람들이 쉬어갈 만큼 큰 그늘을 만들겠다며,
  가을에는 사람들이 배불리 즐길 수 있을 만큼 많은 열매를 맺겠다며,
  꾸었던 꿈은

  주변 나무들이 오색창연하게 잎들을 물들이는 모습을 보며
  무참히 사라지겠지요.

  뒤늦은 노력은
  단풍도 채 들이지 못하고
  낙엽으로 끝나겠지요.

  세월이 가면
  저 나무는 자신의 꿈을 후회할까요.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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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쓴 시다. 그러고보니 시를 쓴지 1년이 넘은 듯하다. 하지만 살아가다가 갑자기 휙휙 갈겨대는 습관은 여전하다. 1교시 수업도 내내 자고, 2.5교시 수업도 자다가 중간에 문득 깨어 창밖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진짜 가을이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써 보았다. 나름 형상화 한다고 해 본 건데 역시 다듬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누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
  새로운 분류를 만들까 하다가 이런게 결국 저널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저널에 쓰기로 했다. 이상한가?
  제목은 갑자기 영화 '광식이동생광태'에서 많이 나오던 노래 '세월이 가면'이 떠올라서 그것으로 삼았다. 열아홉 밖에 안 된 녀석이 '세월' 운운 하는게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로맨티스트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