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세상 (4)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 p. 216 "얼마 전에는 여기 신문에서 몇몇 교사들이 30년대에 전국의 여러 학교에 보낸 설문지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설문지 문항은 학교 교육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발견한 설문지는 답안이 채워져서 전국 각지에서 돌아온 것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 것은 수업 중 떠들기나 복도에서 뛰어다니기 같은 문제였다. 껌을 씹거나 숙제를 베끼는 일도. 뭐 그런 따위였다. 교사들은 답이 비어 있는 설문지를 찾아서 그것을 무수하게 복사해 똑같은 학교에 다시 보냈다. 40년 후에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답지들이 도착했다. 강간, 방화, 살인. 마약. 자살. 나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케빈 베이컨'이나 '에르도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경험적으로 참 좁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고등학교 후배를 만났다. 서로 얼굴을 확연히 알아본 것을 보면 서로 아는 사이가 맞다. 처음에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 고등학교 때 말을 몇 마디 나눠본 게 전부니까. - 이제 생각났다. 김영민군. 그나 나나 외양은 그대로인 걸 보면 - 그랬으니까 서로 알아봤겠지. - 참 한국 남자애들은 대학 가도 안 꾸미는 애들이 허다하다. 사실 이렇게 세상이 좁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우리가 일종의 상류 사회 - 문화적 자본을 가진 - 의 일원이기 때문이지.' 물론 이는 '상류 사회'에 속해있음을 자부심으로 여기고자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사실이 그렇다는 것일..
참을성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길러질까. 이젠 좀 길러졌나 싶었는데, 또 아니네. 괜히 혼자 조바심내고, 기다리고, 원망하고, 아쉬워하고, 걱정하게 되고. 아직도 '개인성'이라는 것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하나 신나게 쓰다가 접었다. 내 글의 의도는 아니지만, 그것을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보다 글밥먹고 사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지금은 꿈꾸기만 하는 건데 이 정도라니. 어제 문득 깨달았다. 나는 허세 덩어리. 그렇다고 장근석처럼 간지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뭐, 이 허세라는 녀석은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미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어찌 '너 싫어'라고 할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