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밤 (4)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간 나름 많이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 남들과 다를 줄 알았으면서 선택한 것인만큼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 나머지 절반도 잘 할 것이다. 이미 느끼지 않았던가. 한 발짝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높이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이래서 밤이 문제다.
피로하다. 이제 4일째가 되다보니 몸은 거의 적응해가는 것도 같은데, 이상하게 하루종일 피로하다. 자는 도중에 여러 번 깬 날에는 물론이고, 10시간 가량씩 깨지 않고 잔 오늘도 역시 일어나자마자 계속 피곤하다. 그렇다고 자 버리면 시차적응에도 실패하고, 밤에도 잠을 못 잘 것 같아서 버티고는 있지만, 으아, 너무 자고 싶다. 오늘 점심부터 드디어 기숙사에서 밥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먹었는데, 뭐 듣던 것만큼 나쁘진 않다. 주변 사람들이 다들 처음에 한 달 정도까지 밀 플랜 변경기간에는 잘 나온다고 하지만. 근데 큰 문제가 있다! 내가 먹는 속도가 원체 느리다보니, 같이 먹는 다른 사람들 - 한국인과 외국인 포함 - 속도에 맞추다 보면 양껏 먹지 못한다. 오늘 점심도 그래서.. 먹고 나서는 괜찮다 생..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밤만 되면 갑자기 '룸펜화'된다고. 음, 맞는 말인듯. 왜 밤만 되면 이리도 지지리 궁상인지. 하지만 릴케가 말하지 않았던가. 고독을 이겨낼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래, 고독은 원래 버티라고 있는 것이다. 제길. 맥주 한 모금에 이렇게 불콰해지다니. 3일 남았다. 덧. 그 친구가 말했다. 겨울은 밤이 길다. 제길.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많은게 복인지, 화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