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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익숙한 환경과 인간관계에서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를 중심으로 한 모든 것에 대해 '낯설게'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결과물 중 하나는 스스로가 굉장히 '관념적'이라는 사실이다. 예전부터 어느 정도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역시 나의 언어는 관념적이다. 그것이 종종 일상에서의 생활에 균열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최근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한 지인에게 내가 항상 괴로움을 겪는 이유 중에 하나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동시에 받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진동하게 되고, 그것이 또 다른 고통을 낳는다'는 식의 설명을 했더니, 답변은 아니나 다를까, '머리아프다'는 식이었다. 이야기는 내친 김에 비슷한 언어들의 반복적 변주가 되었다. 이에 대한 상대의 약간의 반감과 '그럼 너..
김윤식 교수는 스스로 자신을 ‘벤허선의 노예’로 표현한 적이 있다. 그는 ‘필사적으로’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국 근대문학과 비평의 현장에서 글쓰기를 멈춘 적이 없다. 비유컨대 그에게 ‘근대’란 ‘숨은 신’과도 같은 것이었다. 신에 대한 열망이 크고 높을수록, 그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절망은 넓고 깊었을 것이다. 논문과 대담을 모은 김윤식의 는 일종의 자전적 고백의 성격도 띠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의 폐허와도 같은 현실 속에서, 그가 어떻게 제로 상태의 한국 근대문학 연구에 매진할 의지를 다질 수 있었는지, 또 그 학문적·비평적 실천의 야심은 무엇이었는지를 이 저작처럼 성실하게 보여주는 책은 없다. 이 책의 여러 논문에서 그는 근대문학 연구를 향한 집념의 뿌리에 ‘식민지 사관’의 극복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
주희의 해석을 따르자면 공자의 『논어』 제4편 이인(里人)편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을 다루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4편 1은 ‘인덕(仁德)이 있는 곳’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이후 26까지의 문장들은 그 곳에 사는 한 현명한 노인(공자)이 마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들처럼 보인다. 텍스트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역시 현대 한국인들이 보통 유가에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인 ‘도덕주의Moralism’로부터 크게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공자는 일관성 있게 인(仁)과 도(道)를 강조하고 있다. 8에서 등장하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문장은 필자 같은 일반 독자가 유가철학에 대해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문장 중 하나로써 기대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모든 텍..
배트맨이 돌아왔다. 가장 음울한 슈퍼히어로,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영웅 배트맨이 돌아왔다. 'The Dark Knight'라는 이름과 함께.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간지폭발인 수트를 입고 점점 진화하는 배트카와 바이크를 몰며 고담을 질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The Dark Knight'(이하 다크 나이트)의 주인공은 Joker(이하 조커)다. 'Why So Serious?'로 요약되는 그의 존재는 지금까지 '자경단' 배트맨이 지켜온 고담을 뒤흔들어 놓는다. 두께가 3cm는 될 듯한 얼굴 화장에 괴기한 색감의 수트, 겉옷 안에 장치한 폭탄들, 정작 주요 무기는 칼, 인 조커의 존재는 배트맨에게 당혹스러울 뿐이다. 그야말로 그는 '미친 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매번 바뀌는 ..
pp. 180 - 182 "당신의 일이라는 거 말이야.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낭만으로 포장한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 아니던가?" ... "보리밥에 굶지 않을 정도의 도시민과 감상의 껍질을 핥으면서 서구 문물로 계몽의 깃발을 든 지식인들이 말하는 애국이 바로 독립운동이지. 허영 덩어리에 위선으로 가득 찬 말로 천하를 봉기하고 백성들 가슴에 피멍 같은 희망을 줬다 뺏었다 하는 것이 너희 투사들이 하는 일이고." ... "장마가 지면 노동자는 밥알 대신 쥐약이라도 삼켜야 하지. 농촌에서는 소작료가 밀려 농기구에 빨간딱지가 붙어도 찍소리 한번 못 내고. 그런데 독립투사들은 다 어디 있지? 암살이 있고 쿠데타 기도가 있고 계급투쟁, 노동쟁의, 여성해방운동이 있는 도시 어디에 있냐고. 치밀하고 교활한 왜놈들이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