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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고려대학교출판부 pp. 44 - 46. 그리고 내 생각에는 남성에게도 모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모성 말입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남성의 행위도 일종의 분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의 창조가 내적인 충만으로부터 이루어질 경우, 그것은 분만인 것입니다. 그리고 남녀 양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위대한 개혁은, 아마도 남자와 처녀가 모든 그릇된 감정과 혐오감에서 벗어나, 서로 반대되는 존재로서 상대를 찾지 말고 같은 형제자매로서, 이웃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연대하여 그들의 어깨에 부과된 어려운 성을 소박하고 진지하고 끈기 있게 함께 짊어지고 나아가는 데 있을 것입니다...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새는 알을 깨고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중학교 때 이후로 이 구절에 빠져 살아왔다. 항상 알을 깨고자 노력했다. 한 때는 아브락사스의 의미를 깨달았노라고 자부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혀 모르겠다. 솔직히 알을 깨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이 곳에 스스로 공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즉, 내 글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기를 잃은 것일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버거워한 탓일 수도 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이다. 믿어왔던 것, 지향해왔던 것, 행동해왔던 것, 이 모든 ..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밤만 되면 갑자기 '룸펜화'된다고. 음, 맞는 말인듯. 왜 밤만 되면 이리도 지지리 궁상인지. 하지만 릴케가 말하지 않았던가. 고독을 이겨낼 줄 알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래, 고독은 원래 버티라고 있는 것이다. 제길. 맥주 한 모금에 이렇게 불콰해지다니. 3일 남았다. 덧. 그 친구가 말했다. 겨울은 밤이 길다. 제길.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많은게 복인지, 화인지, 잘 모르겠다.
네 멋대로 해라 - 김현진 지음/한겨레출판 p. 151 1년간을 철저하게 혼자 보내면서 너무나 무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침에 쓰윽 하고 일어나면 아이들이 떠들며 학교 가고, 나에게 남은 건 내가 나왔던 신문이나 잡지 쪼가리 몇 장과 불확실한 미래뿐이었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그때 나는 남아 있어야만 했던 걸까, 그들이 나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쥐죽은 듯이 잠자코 있었어야 했던 걸까,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로 힘들던 기간에 유일하게 나를 잡아주었던 건, 나는 내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는 확신뿐이었다. 결코 그들에게 굽히지는 않았다는 생각과 내가 옳았다는 믿음밖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외로움이 더욱더 극심해질 때는 내 그런 믿음조..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 p. 13 '어떤 남자를 만나야 돼?' 하고 물으면 10자 이내로 대답하라고 하면 엄마는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래, 예전에 이런 말을 했을 때, 네가 깜짝 놀라던 걸 엄마는 기억해. 누가 엄마에게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엄마는 주례를 설 때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 '혹시 이혼하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그런 결혼을 이어 가십시오'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되어질 그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