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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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13일차

zeno 2009. 7. 20. 00:22
  인턴 프로그램의 특성 상 주5회 중 하루는 교육을 한다. 오늘은 오전에 박원석 협동사무처장 - 이름이 낯이 익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작년 광우병대책회의에서 상황실장을 맡아 수배되고 조계사에 숨었다가 결국 서울구치소까지 다녀온 이다. - 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연을 1시간 쯤 하고, 질의응답을 1시간 쯤 했다. 의외로 강연 내용은 평소 내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촛불에 대한 입장과 미래에 대한 전망 정도가 다른 듯 하다. 그는 촛불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데 반해, 나는 일종의 '국개론'에 가까운 회의적 입장과 '민중'이라는 낭만적 어휘 사용과 같은 맥락의 긍정론이 혼합된 입장이다. 미래 역시 둘의 차이가 비슷하다. 질문은 가능한한 명료하게 하면서 같이 강연을 들은 인턴들을 비판하지 않으려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실패하기도 했고, 비슷한 맥락에서 질문한 이가 있어서 삼갔다. 여담이지만, 그 인턴은 인정할 만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듯하다.
  오후에는 인턴들끼리 모여 8월 초에 하고자 하는 직접행동에 대한 회의를 했다. 나도 준비가 안 된 터이고, 다른 이들도 딱히 준비가 되지 않아 회의가 초반에 조금 난항을 겪었다. 청년당 창당, 20대 축제 준비 등의 아이디어가 오가다가 미디어 법 상정에 대해 저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마도 방식은 꽁트에 가까운 연극이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 회의 말미에 본 만화 심슨의 효과가 상당히 컸다. 자본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미국에서 심슨 같은 정치 사회 풍자적 만화가 나온다는 것은 경이롭다. 비판마저 체제가 흡수해버리는 경탄한만한 자본의 힘 탓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심슨은 한 단계 진일보한 만화이다. 여튼, '표현의 자유'라는 본질을 억압하게 될 미디어 법의 상정을 막아야 할 필요성은 보다 명료해졌다.
  마지막 2시간 동안은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거 꽤나 유용하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부에서 집행하는 모든 사업에 대한 정보를 국민의 입장에서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때 업적이라고 들어오긴 했는데, 학내 언론을 비롯한 기자들에게 좋겠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차후에 포스팅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관심 있으신 분들은 http://www.open.go.kr에서 살펴보시길 바란다.
  오전 강의도 그렇고, 오후 회의도 그렇지만, 짧은 말로 다수를 설득하고,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말을 내뱉지도 못하고, 입 안에서만 맴돌게 하고 있는데,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예전과 같이 말을 늘어놓는 것은 별 무효과일 듯 하기 때문인데, 아, 누가 조언을 해주시면 고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