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꿈 본문
내 꿈은 '세계정복'이었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한국이 무시받는게, 알려지지 않은게 너무 싫고 억울했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국적 가치, 예를 들자면 한국어, 로 전세계를 통합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세계정복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생각이 바뀌었다.
'정복'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군사주의가 싫었다.
예전부터 막연히 싫어하던 군사주의를 언제부턴가 아예 혐오 증오하게 되었다.
내 꿈은 '이상사회의 실현'이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불가능하니까 '이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부딪히고자 한다.
사실 겁이 난다.
청운지지가 중간에 꺾여 버릴까봐, 힘들까봐 두렵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려면 아쉽다.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난 꿈을 포기할 수가 없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편을 모색한다.
하지만 난 내가 그 꿈을 실현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능력하다는 것을 안다.
세계평화, 추상적이다.
폭력, 총 앞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내 앞에서 죽어 널브러져 있는데 과연 난 폭력에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 있을까. 공포심 없이?
돈, 돈 없이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평등, 만민이 평등한 사회를 진정으로 만들 수 있을까.
행복, 만민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을까.
사랑, 모두가 서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난 내 자신의 사랑도 오롯이 지켜내지 못하는 걸.
욕심, 욕심 없이 살 수는 없는 걸까.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은 극복할 수 없는 걸까. 나는 아직도 서구 여자만 보면 '이쁘다'고 생각하고, 비서구 문화는 선뜻 접하려고 하지 않는다.
민족주의, 국가라는 틀에 갇혀 탈피하지 못하는 민족주의는 영영 벗어날 수 없는 건가.
나는 아직 아는 게 없다.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내 꿈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내가 지금껏 쌓아온 티끌같은 지식에 기반하자면 내가 현재 가장 이상으로 꼽는 것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이다. 또한, '아나키즘'이다. 만민이 평등하게 행복하고 사랑하며 돈 없이 욕심 없이 국가와 민족의 구분 없이 폭력 없이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를 구속하는 국가와 민족주의를 벗어나, 서구인 비서구인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보통 갖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행복하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꿈을 이루기에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슬프다.
그래서 힘들다.
그래서 아프다.
그래서 괴롭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나 아프지 않게, 배움으로써 해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평등한 태생으로부터 이어지는 부의 세습과, 대학 서열화로 인한 갈등과 모든 문제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는 무력하다.
영화 호텔르완다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나는 참 눈물이 많다. 억울하다. 가슴이 아프다.
대부분의 기성 가치를 전복하고 싶다.
힘들 것 같다. 하지만 해야 행복해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