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090225 공포 본문
1920년대 중반에 Ku Klux Klan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 미국사 수업을 듣다 알게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워싱턴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의 행진이 있었다. 알다시피, 지난 달 그곳에서는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었다. 부활한 쿠 클럭스 클랜에서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백인, 개신교, 토종 우월주의'가 모토로 제창되었었다. 여기서 토종은 물론 인디언이 아닌 이주민의 후예들. 그 당시 이들의 힘은 공화당의 가톨릭 후보를 견제하며 민주당의 개신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들로써 가공할만 했다고 한다.
공포를 느꼈다. 허연 보자기를 뒤집어 쓴 개떼같은 인간들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사열하여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20년 뒤에 그렇게 욕하던 히틀러와 그의 나치스와 무엇이 다른가. 또 반 세기 뒤에 한국에서 이뤄졌던 국민 동원과는 무엇이 다른가. 난 집단이 무섭다. 멀쩡한 얼굴을 하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혹은 자신이 원해서 하고 있다고 믿으며 폭력을 저지르는 집단과 그 속의 개인이 무섭다. 파시즘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구태여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내셔널리스트로부터 벗어나 개인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그런 집단에 대한 공포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보다 내셔널리즘이 더 무섭다. 인간이 인간을 살육한다는 것, 그것도 개인이 아닌 집단의 그늘 아래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저지른다는 것이 무섭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내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박정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썬그라스와 초록색 군복, 그리고 검은 군화를 입은 일단의 무리가 청계광장을 메우게 되지는 않을까.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그런 폭력은 자행되고 있겠지만. 파란 하늘아래에서,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아니, 나부터 스스로를 두려워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