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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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90225 공포

zeno 2009. 2. 26. 04:21

  1920년대 중반에 Ku Klux Klan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 미국사 수업을 듣다 알게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워싱턴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의 행진이 있었다. 알다시피, 지난 달 그곳에서는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었다. 부활한 쿠 클럭스 클랜에서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백인, 개신교, 토종 우월주의'가 모토로 제창되었었다. 여기서 토종은 물론 인디언이 아닌 이주민의 후예들. 그 당시 이들의 힘은 공화당의 가톨릭 후보를 견제하며 민주당의 개신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들로써 가공할만 했다고 한다.
  공포를 느꼈다. 허연 보자기를 뒤집어 쓴 개떼같은 인간들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사열하여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20년 뒤에 그렇게 욕하던 히틀러와 그의 나치스와 무엇이 다른가. 또 반 세기 뒤에 한국에서 이뤄졌던 국민 동원과는 무엇이 다른가. 난 집단이 무섭다. 멀쩡한 얼굴을 하고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혹은 자신이 원해서 하고 있다고 믿으며 폭력을 저지르는 집단과 그 속의 개인이 무섭다. 파시즘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구태여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내셔널리스트로부터 벗어나 개인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그런 집단에 대한 공포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보다 내셔널리즘이 더 무섭다. 인간이 인간을 살육한다는 것, 그것도 개인이 아닌 집단의 그늘 아래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저지른다는 것이 무섭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내가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박정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은 썬그라스와 초록색 군복, 그리고 검은 군화를 입은 일단의 무리가 청계광장을 메우게 되지는 않을까.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서 그런 폭력은 자행되고 있겠지만. 파란 하늘아래에서,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졌다. 아니, 나부터 스스로를 두려워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