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여름 밤의 꿈 본문

저널 / Zenol

한 여름 밤의 꿈

zeno 2008. 9. 9. 05:27

  아이야.

  한 여름 밤의 꿈은 너무도 달콤하더구나.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가지 않던 분간은

  결국 그것이 현실이라고 느껴지던 순간

  툭, 하고 깨더구나.

  그래, 그러니 꿈이 아니겠더냐.


  갑자기 꾸게 된

  한 여름 밤의 꿈은

  이 생에서 다시 보지 못할

  그런 황홀경을 보여주더라.

  하지만 행복은 본디 오래 가지 못하는 법


  그래, 꿈이었어.

  꿈이니까,

  하룻 밤만에 깬 것이 다행일 수밖에.

  장자가 나비가 된 듯,

  나비가 장자가 된 듯,

  그런 꿈은 오래 꾸었더라면

  그만큼 치명적이었을거야.

  지금도 이만큼 치명적인데

  오래되었더라면 어쨌으려고.


  생의 소원을

  하나 쯤은 풀었으니

  만족할 줄 아는 수밖에.


  피어 나려고 하는 분노와 증오에게

  네 이성을 맡기지 말거라.

  앙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은

  한 순간의 행복을 위한 응분의 댓가.

  열에 달떠 희번덕 거리던 눈은

  이제 차갑게 식어 내면과 세계를 성찰해야 해.

  들끓던 젊음의 열정은

  냉철한 지성으로 바뀌어야 해.


  꿈이었어,

  라고 생각하면 다 해결될 일을

  자책하고, 슬퍼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남는 것은 까만 재 한 줌 뿐이리.


  미망은 창공에 훌훌 털고

  책과 함께 가을을 맞으리.

  누가 그러지 않던가.

  홀로 설 수 없는 자는 결코 옆에 설 수도 없다고.


  달콤했던 열아홉의 꿈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