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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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zeno 2008. 5. 3. 22:57

  블로그를 잠시 떠날때가 온 것 같습니다. 혹은 영영 떠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간 블로그를 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미니홈피를 떠나 새로운 자기표현공간으로 시작한 블로그에서 그간 제 나름의 글쓰기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목표는 거의 완전히 실패한 듯 합니다. 제 블로그는 거의 항상 제가 일방적으로 발화하는 공간에 불과했고,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제 의견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동조는 달성하지 못한 것 같네요. 쉽게 말해, '대중적 글쓰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박노자가 그런 말을 했더군요. 아무리 대중적 글쓰기를 해도 안 바뀐다고. 대중이 듣는 것 같지도 않고, 생각이 바뀌는 것 같지도 않고. 김규항은 그랬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결국,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들의 행동은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하물며 이들보다 학문도, 경험도, 생각도, 능력도, 글쓰는 재주도 얕은 저였기에 역시 이 모든 것들을 이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박노자는 그랬습니다. 조만간 모든 대중적 글쓰기를 접고 학문 연구에 매진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전 그처럼 돌아갈 '학문'이라는 곳이 없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까요.

  아무래도 그간 텅빈 내면에서 끌어내려고 이리저리 용을 쓰다 보니 궤변에 독설, 심지어 선동까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누가 그랬거든요, 네 글은 '선동문'이라고.

  뭐,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항상 이성과 감성이 함께 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했고, 그를 통해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의식과 존재를 모두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물지 못한 제가 이 생에서 했던 첫번째 도전은 이렇게 잠시 종지부를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거대한 시도를 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도 미천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간 다시 돌아오겠다, 라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러하겠죠. 하지만 그 때는 지금처럼 부끄러움만 가득하지 않은,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배합되어 당신의 공감과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글을 갖고 찾아 오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염원하겠습니다.

  지난 2년 여간, 당신과 했던 연애는 즐겁고도 달콤하며, 비수 같이 아프면서도 짜릿했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2008년 5월 3일,
  어느 여름 같은 봄 밤에,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