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본문
블로그를 잠시 떠날때가 온 것 같습니다. 혹은 영영 떠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그간 블로그를 한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미니홈피를 떠나 새로운 자기표현공간으로 시작한 블로그에서 그간 제 나름의 글쓰기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이 목표는 거의 완전히 실패한 듯 합니다. 제 블로그는 거의 항상 제가 일방적으로 발화하는 공간에 불과했고,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제 의견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동조는 달성하지 못한 것 같네요. 쉽게 말해, '대중적 글쓰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박노자가 그런 말을 했더군요. 아무리 대중적 글쓰기를 해도 안 바뀐다고. 대중이 듣는 것 같지도 않고, 생각이 바뀌는 것 같지도 않고. 김규항은 그랬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결국,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들의 행동은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하물며 이들보다 학문도, 경험도, 생각도, 능력도, 글쓰는 재주도 얕은 저였기에 역시 이 모든 것들을 이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박노자는 그랬습니다. 조만간 모든 대중적 글쓰기를 접고 학문 연구에 매진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전 그처럼 돌아갈 '학문'이라는 곳이 없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까요.
아무래도 그간 텅빈 내면에서 끌어내려고 이리저리 용을 쓰다 보니 궤변에 독설, 심지어 선동까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누가 그랬거든요, 네 글은 '선동문'이라고.
뭐, 틀린 표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항상 이성과 감성이 함께 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했고, 그를 통해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의 의식과 존재를 모두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물지 못한 제가 이 생에서 했던 첫번째 도전은 이렇게 잠시 종지부를 맺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거대한 시도를 하기에는 스스로가 너무도 미천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간 다시 돌아오겠다, 라고 약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러하겠죠. 하지만 그 때는 지금처럼 부끄러움만 가득하지 않은, 이성과 감성이 적절히 배합되어 당신의 공감과 그에 따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글을 갖고 찾아 오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이 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염원하겠습니다.
지난 2년 여간, 당신과 했던 연애는 즐겁고도 달콤하며, 비수 같이 아프면서도 짜릿했습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어느 여름 같은 봄 밤에,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