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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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zeno 2008. 3. 6. 20:18

  오랜만에 블로그에 어떤 글을 쓸 까 고민하다가, 막상 쓰려니 자신이 없어 컴퓨터를 끄려던 차에 갑자기 불현듯 생각이 났다. 한겨레에서 이번에 하는 인터뷰 특강을 결제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관련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이미 마감되어 있었다.

  다행이었다. 사실 신청은 그저께 아침에 해두었지만, 3만원이라는 돈이 부담스러워 아직 결제를 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이렇게 된 김에 결국 책을 사서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3만원이란 돈이 누구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읽지도 않는 책을 사며 돈을 써대는 나로서는 일상적으로 늘 아껴야지만 미친 책 욕심을 채울 수 있기에 특강을 신청하는 것이 부담됐다. 그래서 조국 교수가 하는 특강 - 이것은 아직 마감되지 않았지만. 역시 진중권이 스타는 스타인가 보다. - 역시 아직 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봄에 이 것 말고도 듣고 싶은 특강들이 있다. 다중지성의정원, 다지원에서 하는 68혁명 관련 특강 두 가지 말이다. 둘 다 각각 104,000원 씩 해 솔직히 학생의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됐고, 결국 반쯤 포기하고 말았다. 학교 공부도 제대로 못 따라가 허덕이는 판에 외부 강좌를 무리해가면서 듣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무리 누가 옆에서 혹은 앞에서 떠들어봤자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 즉,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기만 하면 그건 공부가 아니다. 그래서 늘 찾아다니려고 한다.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박노자의 강연도 그래서 갈 생각이다. 하지만 '돈'이라는 이 괴물같은 녀석은 늘 걸림돌이 되곤 한다. 박노자의 강연은 무료로 열리겠지만, 한겨레 특강이나 다지원 특강 같은 것은 영 부담이 된다.

  하지만 공부하는데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신촌 쪽에서 유지되고 있는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의 경우에도 금전적으로 많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수유+너머>가 부럽다. 나도 그렇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학술 공동체들이 보다 현실적인 여건을 잊고 학문에 천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늘 고민이 된다.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공부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 찾은 자구책이 검소한 소비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가진 게 많지 않다면, 적게 쓰고 이에 만족할 수 있으면 된다. 물론, 남들은 지지리 궁상이라 생각하겠지만, 이에 익숙해지면 가진 게 적어도 그만큼 풍요롭게 살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아직 이런 습관을 오롯이 들이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익숙해졌다. 쓸 데 쓸 줄 안다면,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돈이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소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강력한 사회는 언제나 날 '불안'에 빠뜨린다. 군대와 졸업, 분과학문체제라는 벽에 가로막힌 한 영혼은 그 좋다는 '자유'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꺾일듯한 날개만 파르르 떨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행복해지는 수밖에. 잠시 잊고 있었다.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