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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Review

[콘서트] 나무로 만든 노래 - 이적은 공연이다. <★★★★>

zeno 2007. 9. 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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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적의 3집 앨범 '나무로 만든 노래' 발매를 기념하여 대학로에서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이적은 공연이다'라는 부제를 갖고 소극장 콘서트가 이루어졌다. 이 글은 두 번 열린 콘서트 모두에 참가한 필자의 경험에 근거한 리뷰임을 밝힌다.
 
  01. 소극장

  사실 필자가 가본 소극장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대로 된 콘서트로 꼽자면. 두 곳다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05년도에 열렸던 '적군의 방'과 비슷하나 '나무로 만든 노래'라는 앨범 제목에 맞춰 꾸며진 공연장은 두 곳 다 비슷하게 꾸며졌다. 다만, 두번째 공연장 선택에서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시피, 처음 공연이 열렸던 SH클럽은 냉방이 미비했고, 두번째 동덕여대 센터는 쾌적했다.
  음향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두 공연 다 맨 앞줄, 혹은 두번째 줄 사이드에서 보았기에 스피커와 매우 근접했던 관계로 전체적으로 음향이 고르게 전달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적어도 앞쪽 좌석에서 듣기에 사운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최상'은 아니었다. 때때로 웅웅거리는 소리와 약간의 사고가 발생했다. 기획사 측에서 이 글을 본다면 차후 콘서트에서는 신경쓰기 바란다.
  좌석은 두번째가 첫번째보다 좋았다. 아무래도 첫번째는 간이 좌석이었고, 두번째는 정식 극장용 좌석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두번째 공연에서 '추억의 보조석'이라 이름붙여 판매한 낚시 의자는 기획사의 과용으로 보여진다. 보기에도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로 위태했고, 실제로 불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윤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 '소극장'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면 만용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02. 세션

  두 공연 모두 밴드 '브레멘'의 일부 멤버가 세션으로 참여하였다. 좋았다. 코러스나 연주, 호흡 등에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첫 공연에서는 기타리스트 임헌일 앞에 앉았던 만큼 그가 가장 훌륭하게 보였고, 두번째에서는 드러머 김준호가 가장 돋보였다. 베이시스트 양시온은 항상 안정적이었다. 특히, 그의 백미는 역시 '실로폰'이었다. 3명의 세션만으로 여러 개의 악기를 연주하며 코러스까지 담당하였다. 그 점을 고려할 때, 공연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대형 세션과 함께 할 때보다 소박하면서도 유기적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사족을 달자면, 이들이 소속되어 있는 브레멘의 음악은 좋다. 이적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락 계열이지만, 들을수록 귀에 감긴다. 조금 흔한 류일지도 모르나, 나쁘지 않다.

  03. 이적

  훌륭했다. 작년 패닉 콘서트에서보다 더욱 더 무대를 장악했고, 공연을 이끌었다. 첫번째 공연에서는 그의 보컬에 등 뒤에 소름이 좍좍 돋았고, 다시 들었을 때에는 더욱 편안하게 들렸다. 적어도, 그 점에서 가수 이적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 'A급 가수'라는 호칭을 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정확한 라인업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체로 무난한 라인업이었고, 기타와 피아노를 오가는 그의 연주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노래를 자유자재로 '갖고 논다'는 느낌을 주는 그의 보컬은 마음껏 변화하며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다만, 앵콜 공연에서는 기존 공연의 레퍼토리를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한편 멘트도 그대로라 신선하지 않았다. 어렵지 않았다면 바꾸는 것이 관객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때문에, 곧 열릴 세번째 공연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다시 한번 똑같은 노래들과 멘트를 듣는다면, 질릴 것 같다.
  레퍼토리 구성도 조금 더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공연의 레퍼토리 구성은 전적으로 가수의 권한이다. 다만 팬으로써 기대하자면, 혹은 요구하자면, 평소에 부르지 않지만 앨범에 수록된 수많은 곡들을 이런 소극장 공연에서 보여준다면 가수 이적을 지지하는 수많은 '마이너'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되지 않을까. 특히, 'RAIN 재즈 버전' 같은 경우에는 처음엔 신선했지만, 몇 년 째 듣다보니 조금은 질린다. 재즈라면 조금 더 변주하고, 지금껏 공연하지 않았던 노래를 들려주면 어떨까. 그런 점에서 패닉 4집의 노래 비중이 좀 더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었다. 사실 갑자기 늘어난 JP의 비중으로 소화하기 어려웠을 터인데, 다채로운 연주로 랩 부분을 보충하고 보컬 부분을 다듬은 것은 매우 유쾌하였다.
  다만 팬서비스를 좀 더 해주었으면 한다. 관객과의 교류가 너무 적다. 앵콜 곡이 2곡 - 두번째 공연에서는 3곡을 불러 필자를 놀라게 하였지만! - 으로 늘 고정되어 있는 것은 인색하고, 흔한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 팬들은 '가수 이적'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자연인 이적'도 좋아한다. 그가 조금 더 다가온다면, 팬들은 훨씬 더 열광할 것이다.

  04. 사족

  오랜 시간이 흐른 뒤라 혹여 까먹고 적지 못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판도 좋고, 호응도 좋고, 덧붙일 것도 좋고, 할 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