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에 등불도 살려내지 못하는데 저 산에 저 들에 산불을, 들불을 놓을 수 있겠느냐 아슬아슬 타오르는 등불 하나 오롯이 지켜내지 못하는데 저 멀리 보이도록 산불을, 들불을 훨훨 태울 수 있겠느냐 네 고름 하나도 제대로 짜 내지 못하는데 저 땅의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있겠느냐 상처를 건드릴 때마다 눈물만 흘리면서 저이의 피고름을 받아낼 수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