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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역사 속에서 실행된 적극적인 방법은 학살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 학살만으로 한 사회를 끝장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히틀러는 유대인을 박멸하기 위해 가스실까지 동원했지만 지금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없던 나라까지 만들어 죄없는 팔레스타인 인민들을 학살하고 있지 않은가? 제노사이드는 유대인의 숫자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결속력은 오히려 더 강화시켰다. 한 사회를 끝장내는 가장 완전한 방법은 바로 그 사회 성원들의 결속력을 파괴하는 것, 즉 모든 사람을 오로지 나만 아는 인간으로 만들어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그 사회는 설사 지금 제 아무리 휘황하..
사람들은 늘 내게 말한다. 자기도 다 아는 이야기를 마치 나 혼자 아는양 주제 넘게 충고하지 말라고. 실제로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교과서'적이다. 도덕에 기반하여, 개인주의에 기반하여, 상식에 기반하여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념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기껏해야 '휴머니즘' 정도? 나의 말과 행동의 기저에는 하나의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금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에게도 해주어라. 네가 하기 싫은 것이 있다면 남에게도 하지말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항상 원칙으로 삼으며 지침으로 삼기는 힘든 내용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누군가 '넌 왜 그렇게 뚱뚱해? 못 생겼어? 성격이 지랄맞어? 매력이 없어?' 따위의 말을 하면, 상처받지 않겠는가? 안 받는다고 하는..
디아스포라 기행 -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돌베개 서경식은 '인간성humanity'을 거듭해서 고민하게 하는 작가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프리모 레비의 저작들이 그러하듯,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했던 폭력의 현장들을 고발하는 그의 글들은 읽는 이를 숙연케 만든다. 역시 그러한 책이다. 그 스스로 디아스포라인 서경식은 디아스포라의 흔적들을 되짚어 가며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묻는다. 그 결과, 책을 다 읽고든 느낌은 말 그대로 '역겨움'이었다. 비록 내가 저지른 일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인간'이라는 종이 저지른 일에 대해 내 스스로 지금껏 몰라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모르며 - 지금 이 순간 이스라엘이 정부 차원에서 자행하고 있는 가자지구 공격 역시 인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