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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엄마가 이제 1주일 뒤면 50이 된다. 요즘 연애를 하는데 엄마가 별 신경을 안 써서 그런지, 도리어 내가 신경이 쓰인다. 어제 애인이랑 내년도 다이어리를 같이 샀는데, 그래서인가 오늘 한겨레를 읽는데 레드 다이어리라는 것을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중장년 여성들을 위한 다이어리란다. 솔직히 가격대가 조금 부담되기는 하는데, 좋은 데 쓰이는 거고, 엄마에게 사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어 고민중이다. 사실 엄마가 평소에 내 또래 여성들처럼 다이어리를 쓰는 건 아니고, 기껏해야 아빠 회사에서 해마다 나오는 다이어리를 달력을 겸한 메모장 정도로 쓰는 게 전부라 괜한 짓을 하는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50이라는 나이의 상징성도 있고, 내가 커서 그런가 엄마가 부쩍 늙어가는게 느껴지고, 애인에게 하는 만큼..
2009년 첫 해가 떠오른지 5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이런 제목을 단 글 쓰기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다 사정이 있었다. 사실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2008년 12월 31일과 2009년 1월 1일은 고국 이탈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로 인한 초조함에 시달리는 연속된 나날들에 불과한데, 갑자기 '오늘부터 새해야. 난 바뀌겠어. 이젠 스물둘이라구!' 라는 식의 닭살스러운, 혹은 가식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 라는 평소의 신념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새해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단 요 근래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혼자 놀기.' 감히 혼자 놀기를 마스터한다던가, 이 시대 마지막 솔로로..
살면서 때로는 앞뒤 가리지 않은 응원이 필요함을 느낀다.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응원. 내가 아무리 잘못한 것을 알아도,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아도, 때로는 누군가 무턱대고 '내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합리성의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아는 단 하나의 사실은, 당신이 당신의 편을 필요로 한다는 것 뿐.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난 당신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