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애정 (4)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지음/달 아름다운 것 p. 21. 그때 칠흑같이 어두운 속초 앞 밤바다에, 마치 물 위에 잠실야구장이 몇 개나 떠 있는 것 마냥 무섭도록 환한 불빛들이 수백 척의 오징어잡이배에서 쏟아져나오던 광경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나는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 오직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 연애의 풍경 p. 104. 난 여자가 사랑에 완벽하게 빠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너무나 충만해서, 기쁨에 겨워 눈은 반쯤 감긴 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누군가를 한없이 바라보는 바로 그 표정. 이석원이 행복하게 늙어가기를 바란다.
어느덧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에서도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이러다가 곧 돌아갈 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다녀왔다는 retreat에 대해 쓰는 것이 정석의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1주일'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 1주일 간의 생활은 그간의 포스팅으로 자질구레하게 써 놓아서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무래도 '블로그'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지난 월요일 저녁 이래로, 나의 모든 생활은 '블로그'라는 이 한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의 시작을 블로그로부터 해서 블로그로 끝내고, 온갖 ..
나의 장기 2008년이 끝났다. '장기'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long period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대표적인 사례로는 1789년부터 1914년까지를 영국의 역사학자 홉스봄이 '장기 19세기'라고 일컬은 것을 들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내게 2008년은 단순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아니라, 2009년 1월 10일을 경계로 종료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이후로 사용하는 시간대가 다르고, 공간적 맥락이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생활 공간이 바뀐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딱히 '새로운 각오' 같은 것을 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나라는 인간의 삶의 궤적이 이어지되, 조금 다르게 이어지는 것일 뿐이다. 이 같은 연속적 인식은 사실 ..
너는 말했다. 네게 기댈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홀로여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치열해 질 수 있고, 네가 살 수 있다고. 그래, 맞는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 오기와 독기로 무장해 남에게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주더라도 네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널 지켜줄 수 없다. 잠깐 동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결코 영원은 장담할 수 없다. 가족, 형제, 자매, 애인, 그 누구도 이제는 너의 항구적인 지지자일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한 때 현실을 도피했었다. 사랑과 우정, 낭만과 연대를 믿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네가 잡아줄 줄 알았고, 내가 네게 애정을 보이면 네가 환대로 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세상엔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