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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사람을 냉혹하고 비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해. 몇십 년이 걸릴 것 같지? 최소한 오륙 년은 걸릴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이삼 년이면, 빠르면 육 개월이면...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적으로 두세 달이면 끝나. 어떻게 하느냐면, 그를 바쁘게 하는거야. 당장이라도 천년 동안의 잠에 곯아떨어지고 싶어할 만큼 피로하게 하고, 그러나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게 하는 거야. 쉬더라도 고통스러울 만큼 아주 조금만 쉬게 하고,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굴욕당하게 하고, 자신을 미워하게 하는 거야. 그렇게 수백만의 불행을 만들어내는 도시, 수백만의 피로한 인간들을 뱉어내는 도시에 대한 영화야. 제목은 '서울의 겨울'이라고 붙이겠어. 겨울뿐인 도시..... 친구의 블로그에서 이런 인용구를 보았다. 아, ..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스무살 언저리에 국밥에 맛을 들인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먹고 싶은 것도 국밥들. 라면은 이제 끓여먹을 수도 있게 되어서 아쉽지 않지만, 이 것으로 국밥에 대한 허기가 다 채워지지는 않는다. 특히 순대국! 어언 한 달 째 녹두의 '아우내 순대국'을 그리고 있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몸으로서 한국에서 먹어본 순대국 중 가장 맛있는 순대국으로 손 꼽는 것 중 하나라. 감자탕은 약간 생각 나고. 그런데 오늘 캐염장질 당했다. 홍대에 돼지국밥집 이 생겼단다. 댓글에 달린 링크를 따라가보니, 흙. 서울에서는 돼지국밥을 먹기가 쉽지 않다. 부산 음식인 탓에 흔치 않고, 순대국은 많아도 돼지국밥은 많지 않다. 집 근처 선릉에 정말 맛있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벌써 망한지 2년 가량이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보았다. 어제 비가 와서 겠지. 단순히 파랗고 맑은게 아니라 높아 보이는 그런 하늘. 강원도에서나 보이던 그런 하늘. 이래서 비온 다음날이 좋다. 지난 봄, 비온 다음 날 의도치 않게 올랐던 아차산에서 본 서울과 하늘 역시 좋았다. 등산을 (귀찮아서) 몹시 엄청 아주 매우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런 날에는 등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오랜만에 그런 하늘을 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날씨도 지난주까지 처럼 괴상하게 덥지 않고 선선해서 딱 좋다. 내 생일 날도 이랬더라면 좋았을 것을. '학업'이라는 변명을 대고 이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슬프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마 본 것에 행복을 느낀다. 항상 하늘이 이랬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