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낭만주의 (3)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이보다 열 살은 족히 들어 보이는 늙수그레한 외모, 보는 사람의 생기마저 앗아가 버릴 듯한 음울함, 히키코모리를 떠오르게 하는 무뚝뚝함, 그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듯한 그, 이시가와. 이미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터이고, 또 영화 자체가 초반에 용의자 X의 정체를 공개하니 여기서도 까놓고 시작해보자. 그렇다. 예상대로, 이시가미가 용의자 X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떠올린다면 그대는 인문학의 영향을 '좀' 받은 이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시가와는 '인간'인가? 앞서 외양과 느낌을 묘사한 데서 느껴지듯이 그란 인간은 사실 일반적 '인간'의 상과 상당히 다르다. 아니, 오히려 가장 멀리 ..
태어난 지 400여 년이 되도록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희대의 바람둥이가 있다. 구전민담이 1630년, 스페인의 신부이자 극작가인 띠르소 데 몰리나에 의해 『돈 후안,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Burlador de Sevilla y convidado de piedra』로 정리되며 탄생한 ‘돈 후안’이다. ‘귀족’신분과 그에 따르는 ‘명예’를 도구 삼아 욕망에 충실히 수많은 여자들을 농락한 돈 후안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됐고, 많은 민중의 성원을 받으며 죽지 않았다. 1844년, 역시 스페인 출신의 호세 소리야 이 모랄에 의해 『돈 후안 테노리오Don Juan tenorio』로 다시 태어난 그는 조금 변형된 욕망에 따라 난봉을 거듭하다 다시금 죽음..
드디어 영화 '킹콩'을 '다' 봤다. 굳이 '다'라는 글자에 따옴표까지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전편을 다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킹콩이 작년에 나온뒤로 앞 부분 - 킹콩이 살고 있는 해골섬에 인간들이 도착하기 까지의 시간 - 은 꽤나 여러번 봤다. 그래서 뒷 부분은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고전이기에 내용을 안다는 이유로 보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무려 2007년 여름에 이르렀다. 사실 포스트 제목에서처럼 오늘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은 '킹콩 같은 사랑'이다. 사실 우리의 주인공 '콩!'은 영화 속에서 무려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울부짖을 뿐.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말을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 울부짖는다 따위의 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