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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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킹콩 같은 사랑

zeno 2007. 8. 30. 00:20
  드디어 영화 '킹콩'을 '다' 봤다. 굳이 '다'라는 글자에 따옴표까지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전편을 다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킹콩이 작년에 나온뒤로 앞 부분 - 킹콩이 살고 있는 해골섬에 인간들이 도착하기 까지의 시간 - 은 꽤나 여러번 봤다. 그래서 뒷 부분은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고전이기에 내용을 안다는 이유로 보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무려 2007년 여름에 이르렀다.
  사실 포스트 제목에서처럼 오늘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은 '킹콩 같은 사랑'이다. 사실 우리의 주인공 '콩!'은 영화 속에서 무려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울부짖을 뿐.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말을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 울부짖는다 따위의 묘사는 철저히 '인간'의 관점에서 그를 '괴수'로 규정하고 하는 것이기에 더욱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허나 어쩌겠는가. 인간의 인식 수준의 한계인 걸. 그래서 그가 영화에서 앤을 향해 보이는 태도를 보통 인간 세계에서 규정되는대로 '사랑'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의 사랑은 꽤나 지고지순하다. 특별한 명시적 의사소통 없이 소리 몇 번 지르고 눈짓 몇 번 주고 받는 것만으로 그녀를 급아끼게 되어 늘 데리고 다니고 심지어 뉴욕에서까지 데리고 다니니 말이다. 게다가 마지막엔 그 높은 빌딩에서 힘이 다해 떨어져 그녀와 작별을 고하다니..! 만약 그가 잘생긴 인간 남자였다면 여성 관객 - 필자의 편견일지도 모르나 실제로 이 시점에서 우는 건 대부분 여자 관걕인 것 같다. 하지만 필자처럼 우는 남성도 있을 수 있죠, 물론. - 들 안구에 습기 좀 꽤나 찻겠다.
  사실 필자는 그런 사랑법, 혹은 로맨티시즘에 꽤나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껏 몇 번의 낭만적인 기억 - 절대로 당사자에게는 행복하기만할 수 없는 - 도 갖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듯한 사람이다. 그래서 무려 괴수와 인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부러우면서도 꽤나 가슴아프다. 허나 이 삭막한 세상에서 그런 감흥이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느껴질지는 의문이다. 그저 필자 같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 혹은 어린 - 사람들이나 느끼는 것일지도.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어느 분들께는 아무 의미없는 그런 되새김일지도.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소년은 이미 '낭만주의'라는 이념에 심각히 '경도'되어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