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공포 (5)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실 어제도 공포를 느껴오던 것에 대한 꿈을 꿨다. 바로 3년 전에 활동했던 야구부의 경험이다. '다수', '관습', '남자'의 이름으로 '소수'에 대한 폭력의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이들에게 나는 공포심을 느낀다. 이젠 좀 세상사에 닳아서 예전보다야 낫겠다만, 굳이 돌아가고 싶진 않다. 덧. 이 글을 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길게 적지 못하겠다. 음, 아직 나도 의식적으로 무서워하는 게 있구나.
우리는 제각기 서로 다른 공포를 갖고 살아간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부터 거친 마초성을 드러내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람까지, 공포의 대상은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공포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꿈이다. 사람마다 꿈을 꾸는 빈도와 구체성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상당 경우 꿈은 공포라는 무의식의 반영이다. 방금 전까지 꾼 꿈의 내용을 복기해보자. 벨기에의 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독일의 한 지역을 찾아갔다. 군국주의화된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기념식을 하고 있는 백사장에 찾아갔는데, 이런, 군인들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지키고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비치되어 있는 병력은 그야말로 대..
무중력 증후군 - 윤고은 지음/한겨레출판 p. 104 무엇이든 금세 잊고 치유하는 이 도시에서는 반복적인 것이 곧 두려운 것이 된다. 사람들은 하나의 절도 사건, 하나의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특별한 공포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것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겁을 내기 시작한다. 종지부를 찍지 않은 모든 것은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긴장하게 만든다. 한 번은 이상한 것으로 지나가지만, 여러 번 반복되면 징크스가 되고, 또 공포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길 뿐인가. 솔직히 말해서 작가가 '예뻐서' 읽기 시작했다. 한국을 떠나기 직전, 그녀가 한겨레에 쓴 기고를 보고 '아니, 소설가가 이렇게 예뻐도 된다니! 이건 사기 아냐! 공지영으로도 충분하다고!'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학..
1920년대 중반에 Ku Klux Klan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 미국사 수업을 듣다 알게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워싱턴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의 행진이 있었다. 알다시피, 지난 달 그곳에서는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었다. 부활한 쿠 클럭스 클랜에서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백인, 개신교, 토종 우월주의'가 모토로 제창되었었다. 여기서 토종은 물론 인디언이 아닌 이주민의 후예들. 그 당시 이들의 힘은 공화당의 가톨릭 후보를 견제하며 민주당의 개신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들로써 가공할만 했다고 한다. 공포를 느꼈다. 허연 보자기를 뒤집어 쓴 개떼같은 인간들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사열하여 행진하..
p. 142 무정부주의는 예술, 해방을 위한 영감의 원천이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비판은 당장 가능한 개혁조차 우습게 보고, 그 결과 본의 아니게 현상(status quo) 유지에 복무하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p. 192 포스트모던의 유행이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죽여놓았다. 그러니 게으른 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굳이 민중을 대변하는 지식인을 부활시킬 필요는 없다. 그들은 무덤 속에서 자게 내버려두자. 그래, 이제 지식인을 민중을 대변할 필요 없다. 이제는 민중도 다들 똑똑해져서 자기 표현을 하는 데 굳이 지식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지식인도 굳이 민중을 위해 희생할 필요는 없다. 더더군다나 그들을 책임질 필요도 없다. 그러니 이제 딱 하나, 자기만 책임지면 될 일이다. 그 정도는 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