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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무한한 걱정과 함께 가을 속의 수강신청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수강신청을 이제 다 못 하는 것은 이번이 졸업학기인 까닭이요 졸업 후는 막막한 까닭이요 이미 나의 청춘이 다한 까닭입니다 졸업 하나에 새내기 시절과 졸업 하나에 교수와 졸업 하나에 패배한 학점과 졸업 하나에 클릭질과 졸업 하나에 진로와 졸업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졸업 하나에 잉여로운 후회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1학년 때 땡땡이를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악한 선배들의 이름과 벌써 대학원생이 된 동기 계집애들의 이름과 찌질한 남자 동기들의 이름과 학생회관식당, 자하연, 간이식당, 까페소반, 투썸플레이스, 만리장성 이런 ..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내일이면 온지 6주. 그 사이 학교에서는 09학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반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터 사진을 보니, 에휴, 모르는 얼굴들이 절반을 넘어가는 것을 보니, 나도 고학번이구나. '새맞이'라는 이름을 오래간만에 떠올려보니 뭔가 애잔하다. 1학년 때, 재미 없었다. 2학년 때, 힘들고 짜증났다. 3학년 때, 황당했다. 그리고 4학년. 뭐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었구나. 그래도 06년 겨울의 시간들이 아주 무의미했다고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바라는 새맞이, 그리고 새터와 일반적인 흐름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어차피 이젠 지나간 일이고, 아마 다시 겪을 일은 없을 것 같다. 1학년 새터에서 가장..
술 기운이 다 가시기 전에 꼭 써야겠어서 짧은 메모로나마 남겨보려고 했다. 그래서 글과 제목이 모두 조악할 수 있다. 오늘 한 수업의 종강파티가 있었다. 서울대입구역의 한 음식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만나 저녁을 먹고, 근처 술집에 가 뒷풀이를 즐겼다. 그 교수가 강의한 두 수업의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 한 수업의 학생들만이 와 있었다. 전혀 엄밀한 조사 및 연구를 거치지 않은 추론이긴 하지만, 그 수업의 학생들은 대부분 05학번 이상의 이른바 '고학번'들이었다. 그래서 10명이 겨우 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악재를 뚫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교수와의 종강자리에 참석하였다. 한편, 소수의 학생들만이 온 수업은 대부분 06학번 이하의 이른바 '저학번'들이 듣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