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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정확한 과목명은 U.S. History Survey – Civil War to the Present다. 과목 번호가 7B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일종의 '미국사 개론' 같은 수업이다. 과목명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전쟁Civil War 이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미국사를 개괄한다. 주교재는 Eric Foner의 Give Me Liberty! Vol. 2다. 이외에 Thorstein Veblen의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John Kenneth Galbraith의 The Great Crash 등 여러 권의 참고도서와 영화를 교재로 활용한다. 지난 수요일 처음 들어간 수업이 재밌고도 좋았다. 일단, 약 300명, - 사실 정확한 사람 수는 모르겠다. 무지하게 큰 강당이 가득찰 정도다. 600명이란 얘기도 있던데;;; - 이 듣는 초대형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교수가 무선 마이크와 PPT – 다양한 종류의 사진과 텍스트가 들어가 있다. – 를 활용하여 열정적으로 강의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한 시간 동안 한 편의 쇼를 보는 기분이다! Section이라 불리는 TA Session에 들어가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청강생이기에 그 부담도 없고, 시험이나 과제 부담도 없다! 만세! 그래서 주교재를 사서 읽고 수업을 들으며 전반적인 흐름을 익힐 생각이다. 최소한의 교양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한국 내 서양사학계에서는 변방으로 일컬어지는 미국사에 대해 좀 알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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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정치경제학
청강하는 수업 중에서 현재까지는 가장 마음에 드는 수업이다. 교재를 비롯하여 다루는 내용을 조금 소개해보자. 일단 주교재는 로버트 하일브로너의 세속의 철학자들이다. 작년, 한국에서 뜬 책이기도 하고 여러 번 추천 받았던 책이라 한번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이렇게 또 맞닥뜨리게 되니 냅다 구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목에서 다루는 사상가들이다. '정치경제학'이라는 거창한 과목 명을 내건 만큼 라인업이 정말 화려하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홉스 (리바이어던), 로크 (통치론), 루소 (사회계약론, 정치경제론, 인간불평등기원론), 아담 스미스 (국부론, 도덕감정론), 맬서스 (인구론), 리카도 (정치경제학의 원리), 울스턴크래프트! (여성의 권리옹호), 폴라니 (거대한 변환), 밀 (자유론), 터커 (맑스-엥겔스 리더: 독일 이데올로기, 공산당 선언, 자본 1권), 홉슨 (제국주의), 레닌 (제국주의), 앤더슨 (상상의 공동체), 베블렌 (유한계급론), 케인즈 (일반이론). 가히 지난 몇 년간 이리저리 찔러보며 관심사를 확장시키며 또 심화시켜왔던 내용의 종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나를 위한 수업!' 솔직히 이런 대박을 건질 줄은 몰랐다. 사실 앞부분의 정치철학자들은 좀 읽었던 터라 겹치는 감도 없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어떻게 다뤄지는지 – 로크는 정말 미국의 수호성인인가? –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이후 사상가들의 연관성도 파악할 수 있겠다 싶다. 교수가 수업도 잘 하고,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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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치경제학
아직까지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하기 힘들다. 앞에서 언급했던 고전정치경제학이 대략 1929년까지를 다룬다면, 이 과목은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다룬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느낌은 외교학과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사실 과목 소개를 두 번 정도 한 것에 지나지 않아 크게 재밌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룰 것으로 예고된 자유주의, 평등주의, 공동체주의 그리고 각각에 대한 비판 및 온갖 담론을 기대하기 때문에 계속 들으려고 한다. 사실 같은 시간에 괜찮은 전공과목이 있어서 고민했지만, 여기에 단순히 경제학 공부를 하러 온 게 아니라 보다 폭넓게 진로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온 것이기에 조금 고생하더라도, 각 과목에 대한 완성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보다 넓은 선택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아직 수업한 것은 뭐… 지난 목요일에 1시간 반 동안 자유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너무나도 상식 수준이라 좀 졸렸다. 그래도 뭐 혹시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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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문학과 성적 정체성
아쉽게 청강을 포기했다. 지난 1월 초, 들을 수업들에 대한 수강 신청도 하고, 가서 청강하고자 하는 타과 과목들에 대한 정보를 좀 얻고자 서핑을 하고 있던 터에 획기적인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Studies.' 한국어로 옮기자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연구 정도? 캘리포니아 주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주립대에 이런 과정이 있을 줄이야! 대학에 와서 갖게 된 관심사 중 하나인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 – 사실 최근에 저지른 사고로 인해 죄책감도 일부 갖게 되어 보다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 을 좀 더 학문적으로 제련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과목들을 검색해보았다. 그 중 시간대가 맞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고른 과목이 이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보니 역시 처음부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교수부터 외모가 범상치 않고 – 짧은 스포츠 머리의 중년 여성 – 수강생들의 면모 역시 면면이 이 곳, 버클리에서 보던 얼굴들과 상당히 달랐다. 모히칸 머리를 한 남성, 생물학적으로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하기 힘든 이, 상당히 '외설적'인 차림의 여성, 언뜻 트랜스젠더로 보이는 여성 등등 나의 편견이 들어간 탓에 그렇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흥미로운 광경이었다. 심지어 60대의 히피로 보이는 이도 있었다!
문제는 수업의 내용이었다. 수업의 내용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Interpreting the Queer in the past'라는 이 과목의 또 다른 제목이 보여주듯, 이 과목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과거, 그 중에서도 고대 그리스와 빅토리아 영국 시대의 섹슈얼리티 문제이다.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하나의 훌륭한 지적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각 수업에 배정되는 과제를 충실히 읽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제들이 오디세이아, 헤시오도스, 투키디데스의 페리클레스의 추도식 연설,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플루타르크, 플라톤의 향연, 발자크, 오스카 와일드, 프로이트 등이다. 열심히 읽어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문제는 내가 그렇지 못할 것 같다는 거! 미국사처럼 큰 부담이 없이 주교재만 읽으면 된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 항상 열심히 읽어가야 하고, 고전정치경제학처럼 읽었던 텍스트나 평소에 관심이 많은 텍스트라면 억지로라도 열심히 읽어보려고 할 텐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수업에 들어가니 좀 알아듣기 힘들더라. 사실 첫 날엔 섹스와 젠더, 섹슈얼리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서 알아들을 만 했는데, 둘째 날 들어가니 읽어오라고 한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솔직히 따라가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될 것 같아 포기! 사실 푸코의 성의 역사와 프로이트의 책을 본다기에 들을까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 책이 보고 싶으면 직접 사서 혼자 봐도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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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문학 비평
재밌는 과목이다. '국가로서의 청소년', '젠더와 정치적 폭력', '전쟁의 기억Remembering War' 등을 큰 주제로 잡아 최남선, 이문열, 오정희, 조세희, 최윤, 조정래, 그리고 영화 박하사탕까지 흥미로운 작품들을 다룬다. 본 작품들도 있고, 평소에 하는 것처럼 대충 아는 것 엮어서 떠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문학의 영역본들을 읽어가야 하고, 또 이 수업까지 포함 7시간 반의 연강을 들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어서 포기. 이렇게 읽는 건 한국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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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대 이후 유럽근대지성사
오기 전에 친구에게 버클리에 있는 유명한 교수들을 물어봤더니 추천 받은 사람이 이 과목을 가르치는 Martin Jay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고 첫 시간에 들어갔는데, 30분만에 포기하고 나오고 말았다. 나눠 준 강의계획서에서 요구하는 Reading의 양이 장난이 아닐 뿐만 아니라, 면면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과 텍스트만 열거해도, 니체의 비극의 탄생, 도덕의 계보학, 루카치의 문학의 이념과 형태Idea and Form in Literature, 피터 게이의 바이마르 문화,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가다머, 레비 스트로스, 데리다 등 화려하다. 솔직히 읽을 자신이 없었다. 그것도 청강 들어가면서는.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첫 날, 강의계획서를 나눠주자마자 바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 말을 알아듣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 전까지 들었던 경제학 관련 수업들은 대부분 알아들을 만 했는데, 갑자기 인문학의 영역으로 오니 마치 프랑스에 온 기분이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관념론 쪽으로 이야기가 가기 시작하니, '아, 이건 내 수준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급히 한국 근대 문학 비평 수업의 강의실을 찾아가 과목 소개를 들었다.
이하부터는 수강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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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학
수강하는 전공 과목들이 대부분 그렇듯 정말 듣고 싶어서 듣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들 중 들을 것이 마땅찮아서 듣는 거다. 이 과목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시간대와 TA Section의 존재유무, 수업의 주제 등을 고려하다가 고르게 되었다. 조금 졸리단 얘기는 들었는데, 수업을 들어가보니, 맙소사! 어떻게 그런 내용을 그렇게 졸리게 할 수 있는지! 60대 중반의 노교수인 탓인가. 심지어 PPT도 아닌 OHP를 사용한다.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들으려고 했는데, 웬걸, 같은 화목에 시간만 다른 3시 30분에 국제무역론 수업이 훨씬 괜찮아 보이는 걸? 하지만 이 책 교과서도 이미 싼 걸 찾아서 주문해서 배송중이고, 3시 30분에는 현대정치경제학 수업이 있어서 그냥 노동경제학을 듣기로. 어차피 경제학 수업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정치경제학에 대해 한 마디라도 더 듣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덕분에 시간표도 좀 꼬이고 했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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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국제경제사
이 곳에 와서 들을 수 있는 수업 중에 그나마 가장 기대한 과목이다. 제목 그대로 20세기의 국제경제사를 다룬다. 담당 교수인 Barry Eichengreen이란 사람은 지난 학기에 양동휴 교수의 '국제경제사'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된 사람인데 지난 11월에 한국에 번역된 <글로벌 불균형>이란 책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수업도 듣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만족! 아직 수업 초반이라 아주 어려운 내용은 다루지 않지만, 예전에 들었던 내용도 새로운 시각과 사례를 덧붙여 열강하여 수업을 듣고 나면 뿌듯하다. 대형 강의이지만 열심히 들으면 많이 남을 것 같다. Reading의 양이 많아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는 생각에 노력해보련다. 주제도 20세기 전반에 걸쳐 있다보니 최근 떠오르는 중국, 인도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 관심사를 확장하는 데 좋을 것 같다. 주교재인 Globalizing Capital은 잘만 읽어두면 20세기 전반의 금융 경제사에 대해 개괄하는 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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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연습
정확한 명칭은 Topics In Economic Research다. 이번에 새로 생긴 수업인데, 크게 '행태경제학', '응용 미시경제학', '경제통계학', '거시경제학 및 국제경제학', '실험 및 이론경제학'이라는 다섯 개 주제를 갖고 주1회 3시간씩 각 주제 내 세부 전공을 갖고 있는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들이 들어와 수업을 한다. 물론 각 수업당 Reading은 필수! 방금 뽑아왔는데, 양이 후덜덜. 필수로 지정되어 있는 과목이라 사실 엄청 싫었었는데, 첫 날 소개를 들어보니 지금까지 다른 공부한다고 무지하던 경제학에 대한 상식을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최신의 경향과 다양한 범위.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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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경제
이행기 경제 : 동유럽이 정확한 수업명이다. 여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지난 90년대 이후 사회주의 경제체제로부터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동유럽 경제가 초점의 대상이다. 교수가 아일랜드 출신의 교환교수인데 솔직히 영어를 알아듣기가 조금 힘들다. 그래도 주제 자체가 관심이 있는 것이니까 들어보련다. 이 것 말고 다른 3개의 전공 과목이 화목에 몰려있는 탓에 월수에 듣는 수업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강의계획서도 받지 못했고, 조금 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