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몸 본문

저널 / Zenol

zeno 2008. 12. 20. 21:59
  아직도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일종의 '경제결정론'에 공감한다. 살면서, 특히 지난 3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때까지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제학부를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 며칠 돈 만큼이나 인간이 사는데에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몸'이다. 다시 말해, 건강. 수요일 아침 감기 몸살로 시작된 아픔이 그 날 오후 극심한 속쓰림이 더해지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사람을 정말 미치게 하는 배앓이까지 함께하고 있다. 며칠 째 죽 위주의 식사를 하고, 온갖 병원에 가고 온갖 약을 먹었지만, 아직 몸이 많이 아파서 외출하기가 힘들다.
  이번 일을 통해 '위'와 '장'의 소중함이랄까 중요함이랄까 하여튼 그런 것을 깨달았다. 속이 너무 쓰려 잠이 깨고, 길 가다 허리가 반으로 접히고, 앉아 있는데도 몸이 반으로 조각나는 기분이란! 장은 더 뒤집어진다. 밤새 악몽의 편린들을 헤엄치다가 배앓이에 깨야되고, 기껏 잠들었다가도 몇 분 지나지 않아 깨고, 식은땀이 줄줄 났다가 식으면 또 오한이 으스스. 겨울밤은 왜 그리도 긴지 아침 7시가 다 되어도 창 밖은 어둡고. 그 날 따라 아침 신문도 안 와 - 집에서 2종을 보는데 둘 다 안오더라. - 순간 시간이 멈춘건가 생각할 정도였다. (무서웠다는 얘기다.) 깨어서도 배앓이가 멈추지 않는다. 몸을 앞으로 굽히면 앞으로 뒤틀리고, 뒤로 피면 등쪽이 쑤신다. 옆으로 눕지도 못하겠고, 앉지도 못하겠고, 걸으면 몸이 울린다.
  이래저래 아프다보니 여성들의 고통이 이럴까 싶었다. 생리할 때랑 출산할 때. 그렇게 아프다는데, 이런 식으로 아픈걸까 하는 생각이 미쳤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야 다르겠지. 다만 그 아픔의 강도를 계량화 - 최근의 수리경제학 경향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계량화라는 말도 안 좋아하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겠다. 지진의 진도를 계산하는 리히터 진도계(?)를 생각하자. - 할 수 있다면,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항상 그렇지만, 다시 한번 남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한다.
  결론은 당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부동의 1위가 암이다. 요즘에야 암 치료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완치가 대부분 가능하다지만, 그로부터 수반되는 고통을 경감시켜주거나 없애주지는 못한다. 아파서 고통스러운 거, 이거 장난 아니더라. 그리고 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며 가해진 스트레스가 우리들을 죽이고 있는 거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 밥 잘 먹고, 잠 잘 자자. 건강, 이거 진짜 만만치 않더라.